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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탐방/명작 게임

악랄한, 너무나도 악랄한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 (Divinity original si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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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랄한 게임이라고 하면 모두 이걸 떠올릴 것이다. 유다희로 대표되는...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악랄한 게임이 있다. 하다 보면 정말 개발자의 악의가 느껴져서, 눈 앞에 개발자가 있다면 한대 때리고 싶어진다고나 할까. 바로 평점 93점에 빛나는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2’다. (이하 줄여서 디오신2, 혹은 DOS2)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디비티니 시리즈의 계승작이다. 개발사인 라리안 스튜디오는 원래 디바인 디비니티라고 하는, 2002년에 나온 디아블로 비슷한 형식의 RPG로 꽤나 작품성도 인정받은 회사였다.



여러모로 디아블로 따라한 것 같지만 단순한 핵앤 슬래쉬가 아니라 꽤나 RPG에 치중한 게임이다. 작품성에서 호평받았고 판매량도 좋았다.

 

하지만 뭔가 계약의 실수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 잘 팔리고도 돈을 한 푼도 못 받아서 3명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회사가 망했다고 한다. 그래도 1편의 이름값이 있기 때문에 2편을 만들었는데, 그럭저럭 돈은 벌었지만 평가는 그저 그랬다. 이후 디비니티 2, 디비니티 드래곤 커맨더 등 후속작 시리즈가 계속 나왔지만 큰 재미는 보지 못했다. 새롭지 못하고 재미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디비니티2를 여러번 손댔지만 결국 중도하차를 했었다. 계속 잡아 끄는 재미가 없이 그저 평범하고 불편한 점도 많았다. 2D에서 3D로 적응에 실패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1편의 이름값과 개발자의 기본기 때문인지 계속 팔리고 회사는 유지됐다.

 

그러다 드디어 터진 게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1이다. 그야말로 환골탈태, 정말 같은 회사에서 만든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다른 게임성을 가진 이 게임으로 라리안 스튜디오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었고, 더 이상 소형개발사라 할 수 없을 정도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


 


2D에서 3D로 넘어갔다가 다시 둘을 적절히 조화시킨 디오신1은 그야말로 RPG팬이 기다려오던 갈증을 해소해 준 명작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발더스 게이트의 완벽한 계승자’라 할 수 있다. 게임 화면만 봐도 딱 필이 오지 않는가? 캐릭터들의 초상화... 스킬창... 넓게 펼쳐진 맵에 빼곡한 이벤트들, 긴장감 넘치는 전략적 전투,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 등등, 디오신은 그런 발더스 게이트를 그대로 계승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3D로 옮겨온 만큼 특히나 전투가 진화를 하게 된다. 지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고, 각 원소 마법별로 다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꽤나 다양한 전투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수많은 직업 조합과 플레이 방식의 다양성을 제공했다.



 

그리고 1편의 성공 이후 드디어 나온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는 발매와 동시에 호평을 받으며 역시나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런 게임은 정말 간만이다. 3년 전에 했던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이후로 나의 RPG갈증을 완벽히 해소해주었다.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이런 게임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살아 있어서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 명작... 시작부터 엔딩을 보는 100시간이 모두 재미로 꽉 차 있다. 바로 그 발더스게이트를 만들었던 RPG의 명가 바이오웨어다 보니 당연한 건가 싶지만...)


물론 그 사이 발더스 게이트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게임들이 나오긴 했다. 필라스 오브 이터너티라던가 타이러니 라던가.. 



 

하지만 영 아니었다. 비슷하긴 했지만 뭔가 찝찝했다. 재미도 별로였고 솔직히 좀 실망이었다. 끈적하게 달라붙는 재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재미가 없으니 그런 거겠지만...

 

그런데,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는 정말로 발더스 게이트류의 서양식 RPG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캐릭터 생성부터 확 빨려 들어간다. 




전사와 마법사로 양분되어 나뉘어지는 14가지의 직업. 6가지의 스탯. 은신과 도둑질과 흥정과 설득.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방대한 퀘스트. 장엄한 스토리. 그야말로 명작 RPG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거기에 1편에서 호평받은 전투시스템은 더욱 발전해서 턴제 전략 RPG의 마스터피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잘 만들었고, 정말 재밌다. 그런데...... 제목에 적었듯 이 게임, 정말 악랄하다.

 

뭐가 악랄하냐고? 자동저장과 빠른 저장을 습관화하라는 팁을 증명하듯, 정말 잘 죽는다. 선택지 한방에 모두가 사망하기도 한다. 지형을 잘못 지나서 독가스 한모금에 사망하기도 하고, 전투에서 감전사 당해서 커맨드 쓸 틈도 없이 모두 죽을 때도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중요한 분기점도 그렇게 지나가 버리면 로딩 외에는 되돌릴 수가 없다는 거다.

 

다크 소울류의 악랄함은 한번 당하면 다음에 조심하면 된다. 어차피 죽어도 그 장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진행하면 된다.


그런데 이건 그런 것도 없다.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꿀리는 대로 하면 되는데, 그러면 동료가 죽어나가기도 하고 중요한 퀘스트가 그냥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버그도 아니고 크게 잘못된 플레이도 아니다. 개발자가 그렇게 의도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애초에 수회차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첫 회차에서 완벽하게 할 필요가 없다. 선택지가 많으니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면 되는 거다. 직업도 14가지가 되고 플레이 방식도 자유롭기 때문에 멋대로 하면 된다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걸 잘 알지만서도 하다 보면 '야, 이거 참 너무하다' 싶은 부분이 여럿 있다. 혹자는 공략 없이는 절대 못 깨겠다고 하던데, 동의한다. 서브퀘스트야 그냥 못 깨고 넘어가도 된다지만, 메인퀘스트가 그런 부분이 있다. 


아, 물론 완전 불가능은 아니다. 그냥 좀 ‘매우 어렵게’라도 깨면 깨진다. 하지만 공략을 보고 나서의 해법을 알고 나면, 입에서 말 그대로 쌍욕이 나온다.


"X발 이걸 공략 없이 어떻게 깨라고..."


그게 더 문제는, 애초에 자유로운 게임인지라 그런 불편함이 의도한 건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간다는 거다.

 

예를 들면, 죽여도 안 죽는 몹이 나올 때가 있다. 게임이 게임이다 보니 이거 버그인가 싶다가도, 나중에 알고 보면 버그는 아니다. 하지만 공략을 안 보면 정말로 미치고 환장해서 짜증의 끝까지 가고 나서야 적의 무적을 푸는 법을 알게 된다. 그 때는 정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건 액션이나 전략의 범위를 넘어서는 ‘퍼즐’이 되어버린다.

 

정말 힌트 한 줄이라도 주면 좋겠는데, 그런 게 없으니 죽은 적이 되살아나도 ‘그냥 이렇게 진행하는 건가 보다’하면서 한 없이 몇 시간이고 싸우게 된다. 그러다 나중에야 비로소 적의 빛나는 몸에 특정 스킬을 써야만 죽는다는 걸 알게 되고 나면 허탈한 기분이 들게 된다.

 

그 외에 이런 것도 있다. 정말 공들여 키운 동료인데, 갑자기 헤어지더니 주인공과 싸우고는 죽어버린다.

 

“뭐지? 왜 죽어? 헐.. 의도된 건가 보군.”

 

이러면서 진행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시 되돌아가서 그들을 설득해서 같은 편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부분이 강제 진행이 되는 건데, 무의식중에 되돌아 갈 수 없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뒷문으로 다시 나가서 설득하면 된다. 그걸 몰라서 다 죽이고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가 동료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멘붕하기도 했다.

 

게임이 이런 식으로 힌트나 퀘스트 마크가 없기 때문에 공략 없이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 게임의 특징이 또 있는데, 공략을 안 보면 안 보는 대로 재밌지만, 봐도 상관 없이 재밌다는 거다. 뭐가 재밌냐고? 공략을 보고 하면 RPG성은 줄어들지만 전략의 재미는 여전하다고나 할까.

 

X-COM은 RPG가 아니다. 그래도 재밌는 이유는 전투의 전략 때문이다. 



디비니티에서는 사소한 잡몹과의 모든 전투가 한판 한 판이 X-COM의 미션 하나를 담고 있다. 전사와 마법사와 도적과 레인저를 마음껏 조합해서 싸우고 성장시키는 것은 매번 새롭고 매번 재밌다. 그래서 이 게임은 진행에 어려움이 있으면 그냥 공략을 보고 해도 된다. 전투만 즐겨도 재밌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투에도 악랄함이 있다. 적은 매 순간 짜증나게 움직이며, 나의 가장 약한 부분만을 공략하고, 전투가 끝이 나고 나서도 뒤끝으로 죽을 때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재밌다. 결국은 그런 악랄함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재미가 끝내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탑뷰 형식의 서양식 명품 RPG의 계보를 잇는 명작이다. 위에도 적었듯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이후로 간만에 나온 잘 짜여진 직업 조합 RPG라고나 할까. 오히려 본가의 게임이 캐주얼해졌다면, 이 게임이야 말로 얄짤없는 정통이자 적통이다. 그 외의 발더스 운운하는 것들은 (드래곤 에이지 정도를 제외하고) 이거에 비하면 다 짭퉁이다.


발더스게이트나 드래곤 에이지를 재밌게 한 사람이라면 이것 역시 한참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회차 이후에 벌써부터 2회차가 기대되는 게임은 참 오랜만이다.

 

ps. 그리고 게임에서 캐릭터나 적들이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진다면 달리기 모드를 필수로 사용하기 바란다. 달리기 모드가 없을 경우 하염없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적들을 몇분간 바라봐야 할 때가 있다. 달리기 모드를 사용하면 속도를 최대 3배까지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스팀 창작마당 최고 인기 2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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