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노쿠니란 일본어인데, '니'는 일본어로 '2'라는 뜻이라고 한다. 설정상 '1(=이치)의 나라), 즉 '이치노쿠니'라는 현실세계와 비슷한 평생세계의 나라가 있고, 이 판타지 세계가 '2의 나라'라고 한다. 게임 제목인 '니노쿠니'는 '2의 나라'라는 뜻.
그림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그림체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미래소년 코난이나 이웃집 토토로 혹은 원령공주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니노쿠니1편은 그 지브리 스튜디오를 대놓고 협업했는데, 2편에서는 지브리는 떨어져 나가는 대신에 디자인은 가져왔다고 한다. 정말로 동화같은 그림체는 보면서도 눈이 호강할 지경이다.
게임 전체적으로는 대단히 몰입감 있게 재밌다. 롤플레잉과 액션의 재미에 더해 전략 시뮬레이션 같은 요소도 있다. 하지만 게임을 끝내고 나면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왜냐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설프게 끝이 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엄청 재미난 게임의 요소들을 가지고 와서는, 그걸 제대로 쓰게 만들어주지 않는다고나 할까. 마치 끝판왕을 깨고 얻는 템을 쓸 수 있는 2회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총 플탐은 보통 40-50시간 정도인데, 100시간 하는 사람도 많다. 왜냐면 뻥튀기가 되기 때문이다. 게임은 메인퀘 사이드퀘와 더불어 폰게임에서 터치로 건물 짓고 도시를 발전시키는 것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게 돈이 실시간으로 차는데다 멈추거나 나가면 시간이 흐르지 않는지라 게임을 켜 놓고 있어야 돈이 쌓이는데 이것 때문에 플탐이 뻥튀기가 된다.
내가 생각하는건 이게 아쉽다는 거다. 게임을 구석구석 재밌게 즐기게 만들 수도 있을텐데, 잔뜩 만들어놓고는 그 중 즐길 건 10%도 안 된다. 가령, 이 게임에 나오는 아이템은 수백종류가 넘는다. 제조템이든 무기나 방어구든. 하지만 막상 해 보면 쓰는 건 정해져 있다. 나머지는 쩌리행이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걷고 건물을 짓고 인물을 배치하고 업그레이드를 하는 요소는 수백개인데, 실제로는 그 중 필수적인 건 10% 정도이고, 그래도 엔딩을 보는데 무리가 없다보니 마치 짬뽕에 짜장을 들이 부은 것 같은 불협화음이 느껴진다.
파티시스템도 아쉽다. 총 쓸 수 있는 캐릭터가 6명 나오는데 그 중 3명만으로 전투를 해야 한다. 왜 이런 제약을 넣었을까. 적은 10명도 넘게 나올 때가 많다. 그러면 그냥 6명 모두 전투를 하면 안 되나. 결국 쓰는 캐릭만 쓰게 되고 나머지3명은 쩌리행이다. 2회차를 염두에 둔 거라면... 글쎄... 파밍의 재미도 있긴 하지만 퀘스트가 대부분은 맵 이동 -> 단순한 전투나 파밍 -> 귀환후 마무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2회차 하라고 하면 못 할 거다.
시뮬레이션 전투도 아쉽다. 쓸 수 있는 캐릭터 부대가 수십개가 등장하지만 경험치 공유가 안되기 때문에 이 역시도 대여섯 부대의 주력만 쓰게 된다. 전투에 쓸 수 있는 부대는 겨우 4부대. 사양이 딸리는 것도 아니고 적 역시 수십부대가 나오는데 왜 4부대만으로 싸워야 되는지.. 이 부분만 규모를 키웠으면 따로 독립된 게임으로 쳐도 될 정도로 방대하고 재밌는 요소가 됐을 건데 왜 미니게임 정도로 만들고 끝내는지...
게임 전체가 이런 식이다. 수백명의 캐릭터, 수백개의 아이템이 있지만 쓰는 건 10% 정도다. 나머지는 쓰고 싶어도 쓸 필요가 없거나 번거롭게 만들어져 있다. 플탐 200-300시간도 뽑을 수 있을 요소로 고작 40시간 하고 엔딩을 보게 만들어 놓았다. 왜 그랬을까... DLC 팔아먹을 생각에 그랬을까... 아쉽다.
스토리는 최악이라 할 수 있다. 동화보다 더하다. 한국 웹소설이 이런 스토리라면 작가는 맞아 뒤졌다. 주인공의 부모님을 죽인 적과도 화해하고 친구가 되는.. 그야말로 막장중의 막장이다. 그래서 서양권에서는 스토리는 없는 걸로 치자는 말도 나온다. 지브리하면 스토리인데, 스토리는 완전 개 똥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재밌는 게임이다. 일단 잡으면 엔딩까지 봐야 한다. 캐릭터가 너무 귀엽고 화면이 아름답고, 위에는 모자라다고 했지만 그 모자란걸 감안해도 게임 시스템은 재밌다. 전투도 재밌고 탐험도 재밌고 파밍도 재밌고 모두 재밌다. 그래서 아쉽다는 거다. 평점 90점 이상의 게임이 될 수도 있었는데 85점으로 끝났다. 사실 그마저도 원래 70점 정도어야 하지만, 게임의 재미가 워낙 출중해서 85점을 주는 거다. 스토리도 개 똥이고 아쉬운것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번에 한글패치가 나왔다고 한다.
https://blog.naver.com/physics1114
아직 안 즐긴 사람들은 이 참에 즐겨보자. 아쉬운 소리를 잔뜩 했지만 정말 재밌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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