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어려운 게임은 싫어하는 편이다. 특히 패드로 즐기는 액션이나 FPS류 게임은 손맛으로 하기 때문에 거의 난이도를 최하로 놓고 한다. 어려우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다크 소울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보기에도 어려워보이고 남들도 어렵다고 하니 괜히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가 다크소울에 손을 댄 이유는 순전히 스팀 할인 때문이었다. 나는 판타지를 좋아하고 RPG도 좋아하는데 평가가 10만개 이상 달리고 매우 긍정적이라는 게임이 할인을 하자 일단 구매를 했고, 구매를 했으니 하지 않으면 돈을 날리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손을 댄 것이다.
사실 한 10분 하고 환불을 하고 싶었다. 시작부터 뭔가 이상했다. 나는 판타지는 밝은 분위기가 좋다. 예전에 JRPG를 할 때도 그 밝고 경쾌한 에니메이션풍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웬걸, 이건 완전 초 다크였다. (제목부터가 다크소울이니...) 시작부터 해골이 나오고 음침하고 눅눅한 수용소라니... 내가 원하는 판타지가 아니었다.
난이도는 또 어떤가. 해골이 날린 화살에 죽고, 뒤치기로 죽고, 이렇게 저렇게 사소하게 죽다보니 어느새 첫 보스인 수용소의 데몬과 맞닥뜨렸는데..... 2013년 7월 여름 할인 때 산 이 게임은 그렇게 1년간의 봉인에 들어가게 된다.
다시 게임에 손을 댄 건 1년 뒤였던 것 같다. 매번 할까 말까 망설이다 발을 떼기 일쑤였는데, 게임 방송을 보다 보니 나보다 나이도 많고 게임도 못하는 사람이 다크소울에서 계속 죽으면서도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어떤 스트리머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그걸 보자, 내가 저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수 많은 사람들의 도전기를 읽으며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손에 잡았는데...
와... 진짜 욕이 쉬지 않고 나왔다. 이건 사람이 깰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걸 어떻게 이겨... 한 20번 도전한 후에 깊은 빡침으로 게임을 지우려고 했다.
그러다 다시 다른 사람들의 도전기를 보고 공략도 보고 계속 시도했다. 이 게임이 웃긴게 뭐냐면, 공략을 봐도 따라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이놈의 수용소의 데몬... 나는 사실 이 보스를 깨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공략을 봐도 처음에는 도망치고 두번째 잡는다고 하니, 나는 그 두번째면 쉽게 잡는 줄 알았던 것이다.
아니었다. 정식으로 무기를 갖추고 싸워도 쉽지 않았다. 진짜 암 걸리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깼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들의 말이 맞았다. 계속 하니까 되더라. 백번 넘게 한 사람도 있다던데, 세 보니까 나는 한 50번 정도 죽고 깬 것 같았다. 물론 한번에 한 건 아니다. 첫날에 20번 정도 죽었고, 일주일간 평온을 되찾은 후 다시 시도해서 4시간이던가.. 그렇게 수십번 꼴아박고나서 드디어 깼던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성취감'이라는 건 솔직히 그리 크지 않았다. 그냥 깼구나... 싶었다. 하지만 아다시피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프롤로그다. 이 뒤가 진짜였다.
망자의 도시... 건물 옥상마다 널린 해골들.. 복잡해 보이는 배경.. 여기서 다시 한 일주일 잠수를 탔다. 돈 아깝다는 생각만 들었다. 공략을 봐도 어렵고 길찾기도 어려운데 이걸 어떻게 해... 그런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 남들 말대로, 게임을 꺼도 자꾸 생각났다. 아마 손맛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판타지 게임을 하면 무조건 검방전사를 하는데 그 컨셉이 딱이었다. 막고 때린다... 이 손맛이 자꾸 생각이 난 거다.
게임에 다시 손을 대면서 깨달은 건데, RPG는 RPG였다. 사람들이 하도 '플레이어가 성장하는 게임'이라고 해서 나는 손기술 없으면 못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노가다만 하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잡몹을 잡고, 레벨을 올리니까 어려운 구간이 할만해졌다. 피통이 늘고 방어력이 늘고 공격력이 늘어나니까 난이도가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걸 깨달은 후부터 급속도로 재미가 붙었다. 깨기 어려운 구간은 노가다를 몇번 해서 렙업을 하면 된다. 보스가 어렵긴 하지만, 그 역시 레벨업을 하고 다시 도전하니 잡아지더라.
이후에는 공략도 보고 하면서 게임을 즐겼는데, 역시 이름값을 하는 게임이었다. 장엄한 그래픽, 판타스틱한 설정, 암울한 세계관.... 명작 소리를 들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마어마하다. 맵이 연결된 구조라 매우 좁을지 모르는데, 상기해보자면 그 연결된 맵이 매우 다채롭고 환상적이었다. 특히 아노르 론드의 등장에서 보이는 그 장엄한 그래픽은 지금 생각해도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사실 나는 엔딩을 보지 못했다. 지금 기억으로는 그 4공왕인가 뭔가에서 도저히 깨지 못하고 접고 말았다. 공략을 봐도 그 이후로는 뭐... 얼마 안 남았다고 하기에 그냥 거기서 끝낸 것 같다. 53시간이면 내 선에서는 꽤 충실하게 즐긴 편이다.
재미는 있었지만 내가 미친듯 빠져들었던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이나 위쳐 같이 편안한 느낌은 없었다. 마치 너무 맵고 불편한데 자꾸 땡기는 그런 맛이랄까. 하지만 가볍게 즐기기에는 너무 어려운 게임이긴 했다.
이후 1편 생각에 2편도 샀는데, 너무 어려워서 이 역시 처음 스테이지에서 킵해두고 있다. 3편은 할인을 해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언젠가 2편을 모두 깨고 나면 그 때 3편도 한번 해 볼 생각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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