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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애니

걸즈 앤 판처 안전관리자 졸도하게 만들 기괴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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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나온 걸즈 앤 판처. 흔히 걸판이라 불리는 애니메이션이다. 당시 초반 몇개를 보다 헛웃음을 지으며 말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꽤나 흥한 애니메이션이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첫 인상은 뻔한 모에화였다. 원래 애니는 모에화, 즉 미소녀만 나오면 성공한다는 관념이 있고, 이걸 여기저기 붙여대는데 그 중 전쟁이라는 소재는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의외로 전쟁 + 미소녀는 흥행에 성공한게 많아서 스트라이크 위치스라던가 유녀전기라던가 하는 것들이 있다. 


전쟁은 남성의 전유물이다. 그래서인지 전쟁물(밀리터리)에 열광하는 것도 대부분 남성이다. 간혹 매우 특이하게 여성이 전쟁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어쨌건 전쟁은 남성용이다. 원래 전쟁은 괴롭고, 힘들고, 처참하고, 참혹하고, 잔인하고, 더러운 것이다. 여성이 좋아할 요소가 별로 없다.


거기에 미소녀도 남성용이다. 그러니 이 두개를 합치는 건 마치 짬짜면같은 발상인 것인데, 단순히 전쟁이라는 것과 여자라는 것은 안 어울리지만, 그 전쟁을 취미화한 것에 미소녀를 합치면 시너지가 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밀리터리 매니아는 아니다. 다만 미소녀물은 꽤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이 걸판은 일단 작화가 좋다. 



그림체만 예쁘면 일단 눈이 호강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본다. 그리고 캐릭터도 꽤나 잘 뽑혔다. 비록 깊이는 없지만 스테레오 타입의 전형적인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 수가 또 엄청나게 많다. 당장 주인공 학교만 해도, 탱크 하나에 3-5명이 필요하고 그런 탱크가 5-8대가 등장하니 무려 30여명의 캐릭터가 나오는데, 주인공과 싸우는 학교에도 캐릭터가 등장하다 보니 정말 미소녀캐릭터가 홍수를 이룬다. (위 사진의 주인공 제외한 5명이 다른 학교 캐릭터다.)


일본 애니에는 학원물이 많다. 우리나라야 학교 학원 야자 까지 돌다가 대학생이 되면 비로소 자유를 찾기 때문에 우리나라 청춘물은 대학교를 배경으로 하는게 많다. (남자셋 여자셋 이나 논스톱 등의 시트콤이 대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이유가 있다.)


반면 일본은 대학진학률이 우리나라처럼 높지도 않고, 고교 졸업후 남자는 군대가는 것도 없어서 바로 사회인이 된다는 관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인에게는 저 학창시절이 인생의 황금기이고 항상 돌아가고 싶어지는 시기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애니 하면 대부분 중고교의 학창시절 (간혹 초등학교)를 다루는게 많고 그 레퍼토리도 비슷하다. 


입학(혹은 전학) ->봄 벚꽃놀이 -> 여름 장마 -> 여름 해수욕장 축제 -> 여름 축제 -> 가을 학교 축제 -> 겨울 크리스마스 -> 새해 신사참배 -> 발렌타인데이 -> 새학년


이런 레퍼토리가 거의 모든 애니에 적용된다. 거기에 주인공만 달라지는 식인 것이다. 


그런데 이건 그런 내용 없이 전차전을 다룬다. 물론 미소녀물인데다가 어설픈 밀리터리 물이기 때문에 코웃음이 나오긴 한다. 진중한 전투음악이 깔리고 전차가 대포를 쏘아대지만, 그걸 맞아도 죽거나 다치는 사람은 없다. 


안전관리를 전공한 사람들이 보면 기겁을 할 내용도 많다. 탱크에 맨 몸을 내 놓고 다니는데, 탱크가 전복되는 장면도 나오기도 하고, 건넌 다리가 무너지기도 하고, 건물이 무너지기도 하는데, 아무리 애니라지만 그런 상황이면 사람 죽는 건 일도 아니다. 


애니에서 그런 현실성 따지는게 우습다 할지도 모른다. 애초에 이건 엄청난 SF배경물이다. 미래시대를 배경으로, 무려 동네 하나가 배 위에 얹혀진 채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 





(이렇게 배 위에 학원과 그 주위 동네가 얹혀져 있다. ㄷㄷㄷ)


그렇지만 설정과 핍진성은 다른 개념이다. 물리 법칙이 적용되고 탱크가 전복이 되거나 무너지기도 하는데, 아무런 안전장치(심지어 안전벨트도 없다!) 나 안전관리자도 없이 탱크로 여고생이 전투를 하는데, 그럼에도 다치는 사람이 없다는 건 완전 판타지한 개념이다. 탱크가 전복되는 장면도 여러번 나오는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탱크가 전복되면 몇명은 죽는다.


어쨌건 애초에 그런 현실성을 배제한 채 그냥 넋놓고, 미소녀의 꽁냥꽁냥한 학창시절 이야기와 아스트랄한 SF적 배경을 감상하고자 한다면 그럭저럭 재밌게 볼 수 있다. 이 애니는 엄청 성공해서 지역 경제에까지 기여했다고 하니 그 파급력이 대단하다. 본편 뿐만 아니라 OVA도 나오고 극장판도 나오고 했다니 크게 성공한 애니임에는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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