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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리뷰/영화] 아이리시맨, 뭔가 거품인가 싶지만 곱씹어보면 의미는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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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제작비가 들어갔다느니, 오스카 주연 배우들의 향연이라느니 하면서 어마어마한 선전으로 보기 전부터 주눅이 들어서 보기 시작한 영화다.

 

막상 보면서는 확실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어서 보기는 했다. 이야기 자체에 인물이름이나 사건들이 많이 나와서 헤깔릴만하기도 한데, 주인공인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를 중심으로 보다보면 그렇게 복잡한 건 없다. 대부분이 이 주인공이 사람 죽이는 이야기니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면 주인공이 지미 호파라는 사람(알 파치노 연기)과 어울리며 우정을 나누는 내용이 나온다. 둘의 우정은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머금어질 정도로 훈훈하다.

 

하지만 영화가 후반으로 달려가면서 마피아의 숙명이 찾아온다. 말을 해도 듣지 않는 호파, 그리고 주인공이 목숨처럼 따르는 보스의 피할 수 없는 지시.... 

 

이 모든 과정을 너무나 무덤덤하고 명랑하게 그려낸다고나 할까. 그냥 사람을 총으로 쏴 죽여도 저게 안 걸려? 싶기도 하지만, 당시의 과거는 그런 시대였다고 하니까 그러려니 하고 보면 될 듯 싶다.

 

이 영화는 반전이나 뭐 그런 게 없다. 덤덤한 회고로 시작해서 덤덤한 회고로 끝이 난다. 그러다 보니, '이게 뭐야? 여기서 끝? 반전도 없어?'하면서 재미 없다는 말도 나올만 하다.

 

나는 영화를 몰입해서 볼 수 있게 만들면 일단 재밌다고 본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파국을 너무나 담담하게 그려내기 때문에, 짠데도 짠 맛이 안 느껴진다고나 할까.

 

하지만 실망을 하며 영화를 곱씹어보면, 맛이 난다. 너무나 밋밋해서 아무 맛이 안 나는 것 같았던 후반부의 장면들이 곱씹어볼 수록 맛이 우러난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인 주인공은, 그 죄의 대가가 뭔가 끔찍한 보복이나 고통일 줄 알았지만, 어쩌면 그것보다 더한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그토록 치열하고도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굴었던 과거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허무함을 깨우치게 된다고나 할까...

 

영화의 후반에는 그토록 날고 기는 인물들의 허망하고 초라한 죽음,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원망만 듣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이 영화의 맛이 어떤 것인지 드디어 진하게 느끼게 된다.

 

마치 전두환이 연상된다. 다만 전두환은 아직도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진 채 삶을 만끽하고 있으니.... 실제 인물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영화와 현실은 확실히 다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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