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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축구는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다. 박항서가 베트남의 그 어떤 지도자보다 위대하게 추앙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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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즈키컵에 참가중인 베트남 축구 대표팀의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영웅으로 대우받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단지 그가 축구감독으로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그런 대우를 받는 거라 여길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단지 스포츠가 아니다. 축구는 스포츠 그 이상의 것이다. 축구는 정치와 외교를 아우르는데, 정확히는 '매우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볼 수 있다.





"축구가 정치라고?"




이렇게 반문할 지도 모른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 스포츠에 정치를 개입시키지 말라는 FIFA가 매일 해 대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축구는 스포츠뿐일 수 만은 없다. 심지어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처럼 심할 때는 전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축구는 필연적으로 정치가 될 수 밖에 없다. 왜인줄 아는가?


정치의 본질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정치란 결국 '대중의 인기를 얻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인기를 얻으면 권력이 생기고 나라를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은 가짜뉴스일지라도 그게 대중을 선동할 수 있다면 진위여부는 따지지도 않고 떠들어대며 대중을 선동하고 관심과 인기를 얻으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인기를 얻는 정치인은 시류에 영합하는 몇명 뿐이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어렵고, 특히나 최정점에 이른 국가 지도자는 조그만 잘못에도 지지율이 떨어지기만 하지 올라가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츠란 대단히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실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돌릴 수도 있거니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실적을 내면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국민을 단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이라는 나라는 아다시피 우리나라와 같이 내전을 겪은 나라다. 다만 우리나라는 두개로 분단되어 이어져 오고 있으나, 베트남은 결국 하나로 통일이 되었다. 물론 우리와는 다르게 공산주의 국가로 통일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지금의 베트남은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으나 중국처럼 말이 공산당이지 거의 완전한 자본주의 사회다.)


하지만 내전의 흉터가 쉽게 치유될 수는 없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베트남은, 비록 거의 50년 전에 통일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남북의 지역감정이 없을 수는 없다. 사실 지역감정은 거의 모든 나라에 존재한다. 하물며 내전을 치른 나라라면 오죽할까.



하노이와 호치민은 베트남의 두 거대한 도시이지만, 거리가 먼 만큼 기후도 다르고 쓰는 언어도 약간은 다르고, 문화도 크게 차이가 난다. 경제적 차이, 문화적 차이, 그리고 그 옛날의 정치적 차이 때문에 지역 감정이 있는 것이며, 베트남 전체가 말로는 같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남북이 이질감을 느끼며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베트남에 큰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박항서 감독과 축구의 선전이 그것이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에는 호치민 대표와 하노이 대표가 따로 없다. 그들은 모두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가대표팀이 승승장구하며 기적을 써 내려가자 베트남의 사람들은 남북을 가리지 않고 열광했다. 이러한 일은 그동안 베트남의 정치지도자들이 그렇게나 바랐으나 쉽게 이루어질 수 없었는 일이었으며, 매우 요원한 미래라고 막연히 기대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승승장구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베트남 전역의 국민들이 한 마음이 되어 자국의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국민들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신들이 결국은 '베트남'의 한 국민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아무리 정치를 잘 해도 쉽게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정치 지도자가 아무리 나서서 국민들에게 단합을 강조해도 쉽지 않다. 


하지만 축구는 그걸 가능하게 해 준다. 스페인과 카탈루냐가 서로 티격태격되며 분리 독립을 하네 마네 하지만, 스페인 축구가 레알과 바르샤 선수가 연합하여 세계축구 1위를 할 때는 그런 말이 별로 없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힘을 합쳐 성과를 낸다면 서로가 서로의 필요성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국의 지도자들은 스포츠를 육성한다. 그리고 그렇게 스포츠 강국인 나라가 대부분 강대국이기도 하다. 스포츠 순위를 보면 딱 국력 순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그리고 그 사이에 한국이 있다. 한국 역시 지역감정이 존재하고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외국팀과 싸울 때는 대한민국이 된다. 거기에는 경상도도 전라도도 없다. 모두가 대한민국인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응원할 때는 남쪽이든 북쪽이든 모두 베트남 국민이 되어 응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열리는 베트남과 말레이지아 경기에서는 총리까지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하고 있다. 그만큼 이런 스포츠 이벤트는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박항서 감독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영웅이 될 수 밖에 없다. 경기가 열리는 순간 만큼은 박항서 감독의 인지도의 인기는 지도자 이상이 된다. 물론 이건 2시간 짜리고, 경기가 끝나면 온전히 그 영향력은 지도자가 가져가게 되지만 말이다.


그래서 박항서가 영웅인 것이다. 한 국가 한 국민이라는 감정을 잘 모르던 베트남 국민들은 박항서 감독의 대표팀이 승승장구할 때마다, 자기들이 결국 베트남이라는 국가의 다 같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도 쉽게 할 수 없는 그 어려운 일을 해 냈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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