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이라는 배우는 이제 출연이라는 자체만으로 영화의 흥행을 보증하는 수준이 되었다. 물론 이 영화는 좀 예전에 나온 영화이긴 한데,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잊혀지거나 하지 않고 꾸준히 언급이 된다. 제목이 제목인 지라 영화의 짤도 여러가지로 패러디가 되기도 하고(대부분 정치인들이나 범죄자들로 얼굴을 합성하는데, 그러면 제목과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도 유행어처럼 요즘도 자주 나온다.
영화의 줄거리는 전형적인 플롯을 따라간다. 딱히 악한은 아닌 인간이 범죄에 발을 들이게 되고 서서히 타락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특이하게, 보통의 느와르는 비극으로 끝나기 마련인데 이건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물론 주인공이 마지막 장면에서도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걸로 이게 비극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영화는 80년대를 다루고 있지만, 저 제목이 의미하는 '전성시대'는 그 당시를 말하지 않는다.
"당시에 나쁜 짓을 하던 놈들은 모두 감옥에 갔고 세상은 안전해졌습니다."
겉보이게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당시에 나쁜 짓을 하던 놈들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역시 부자가 되어 아들을 검사로 만들고 호화로운 잔치를 하면서 엔딩을 맞이하지 않던가.
즉, 이 나라의 현실이 그렇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나는 지금 한국의 부자들이 모두 떳떳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당장 내 주위의 아는 부자 몇만 해도 정직하게 부자가 된 사람은 몇 없다. 불법, 탈법, 온갖 나쁜 짓을 하면서 부를 축적한 게 지금의 한국의 부자들이다. 그들은 나쁜 놈들이고, 그들은 범죄와의 전쟁 이후로 지금까지도 주욱 수십년간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이 영화는 흥행도 그럭저럭 성공했고 지금도 꽤나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 역시 나중에야 이 영화를 봤는데, 사실 나는 느와르나 한국 조폭물 같은걸 안 좋아서 신세계도 그렇고, 별로 재미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연기 때문일까. 최민직 하정우의 캐미가 대단하다. 그냥 둘이 대화만 주고 받아도 빠져드는 기분이다.
그리고 80년대의 그 정돈되지 않은, 그래서 범죄로도 한 몫 잡을 수 있던 서부시대 같은 배경의 분위기도 빠져들게 만든다. 나에게 80년대란 가난하고 배고픈 어린 시절이지만, 당시에 한참 돈을 벌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기회의 시대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영화는 재밌다. 틀에 박히게 뻔하지도 않고, 마지막의 반전같지 않은 이상한 반전도 여운을 많이 남긴다.
그리고, 저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떵떵거리는 인간들이 하루에도 수 없이 뉴스에 나오는 걸 보면, 지금 시대에도 나쁜놈들은 여전히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리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데이 오브 솔다도, 꿈도 희망도 없는 지옥 멕시코 (0) | 2019.08.08 |
---|---|
영화 위플래쉬 (위플래시) 결말의 완벽한 이해 (0) | 2019.07.21 |
[영화/리뷰] 혼자서 세상을 다 구해먹는 저스티스 리그 (0) | 2019.07.10 |
[영화/리뷰] 슈퍼맨 리턴즈 (0) | 2019.07.06 |
[매직 인 더 문라이트/영화] 맛있어 보였는데 양념이 안된 날 생선 먹는 느낌 (0) | 2019.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