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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미드

미드 디펜더스... 망할 수 밖에 없는 잡탕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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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을 한데 모으는 것은 대부분 극과 극의 결과를 가져온다. '어벤저스'거나 '수어사이드스쿼드'거나.. 둘중 하나가 된다.


강렬한 맛을 섞는다는 것은, 그 조합이 시너지가 좋을 경우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 심지어 세제곱이 되는 수도 있다. 어벤져스가 그런 경우다. 맛난 재료들을 한데 모아 폭발적인 맛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결과는 처참해진다. 짬뽕이 아니라 개밥,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로 전락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간혹 이도저도 아닌 밍밍한 잡탕밥이 만들어질 때도 있다. 재밌는 것도 아니고 재미 없는 것도 아닌, 상당히 나사 빠졌다고 해야 할지 이 정도라도 만들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디펜더스는 그렇게 애매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드라마의 첫작인 데어데블의 임팩트는 굉장한 것이었다. 하늘을 날고 초능력을 쓰는 영웅들만 보다가 일반인의 몸을 지닌(물론 초감각에 엄청난 격투기 실력을 지니기는 했으나) 나약한 주인공의 분투기는 굉장히 무거운 분위를 내면서 사람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데어데블의 성공을 토대로 다른 영웅들의 드라마도 나왔다. 그런데 나름 호평을 받았지만 데어데블만큼은 아니었다. 내가 볼 때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영웅들은 진짜 초능력자들이다. 총알을 맞아도 멀쩡하고 엄청난 괴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이상하다. 만화나 영화로 볼 때는 그럴싸하지만, 드라마로 나오니 이상해진다. 루크케이지는 총알을 맞아도 멀쩡하다고 하는데, 적들은 어째서 그 가슴팍에만 총을 난사하는지. 헤드샷이 기본 아닌가? 그렇다면, 눈깔에 총알을 맞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에 드는 순간 핍진성이 확 사라진다. 루크케이지가 최소한 두 손으로 얼굴이라도 커버쳐야 하는데, 마치 '가슴팍에 쏴주세요'하고 대(大)자로 설 때, 정말로 적들이 그 가슴팍에 총알을 난사하는 장면을 보면 헛웃음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제시카존스도 비슷한데, 아이언피스트까지 가면 더 처참해진다. 애초에 아이언피스트는 드라마 1시즌부터 최악으로 망했다. 캐스팅부터 연기, 스토리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다.


이런 아이언피스트는 마치 5급수 오염수같은 존재고, 그나마 1급수 데어데블과 2급수인 루크케이지 제시카 존스에 끼어서 디펜더스를 5급수로 오염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디펜더스는 영웅들이 만나는 장면 까지만 볼만하다. 3-4화 정도까지도 억지로 볼 수 있지만 이후로는 도저히 봐 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사람들이 히어로물에 열광하는 것은 그들이 지닌 능력 때문이다. 그 능력으로 악당을 쳐부수는 장면이 주는 통쾌함이 바로 히어로물이 지닌 장르적 매력의 근원이다.


물론 데어데블은 그런 통쾌함보다는 답답함이 더 많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해한다. 그는 초감각을 지녔을 뿐 일반인에 가까운 사람이니까... 그래서 쳐 맞으면 안타까우면서도 응원하게 되니까.


하지만 다른 영웅들은 대체 뭔가. 저런 엄청난 능력을 지녔으면서도 그 힘으로 하는 건 거의 없다. 제시카존스는 투덜대면서 회피하려고만 하고 루크케이지 역시 너무 스케일이 작은 느낌이다. 그들이 지닌 능력이라면 더 대단한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최악은 아이언피스트다. 우리말로 하자면 '철권'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 캐릭터는 극중 내내 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바보가 되기도 하고 유쾌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격투신만 들어가면 삼류 홍콩 영화로 전락한다.


스토리도 최악이다. 21세기 뉴욕에 활동하는 자들은 그저 고대 동양의 신비한 힘을 지닌 집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십년간 살아온 어른인 조직원을 이유없이 학살하는 장면에서는 아무리 어린이용 드라마라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분위기는 진지하고 무거운데 설정은 너무나 유치하달까.


아마도 시대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원작은 수십년 전 작품이다. 캐릭터들도 그렇다. 그런데 드라마의 배경은 현대다. 그런 현대 뉴욕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인물들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그 상대하는 적들은 고대의 동양의 신비한 힘을 사용하는 닌자 집단이다. 


그런 유치한 설정 때문에 이야기는 끊임없는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인물들은 적의 수장이 옆에 있는데도 잡거나 죽을 생각을 하지 않고 느긋하게 말을 들어주다 놓친다. 가만히 있어도 추적을 당해서 위험하다면서 도망만 치는데 그렇게 도착하는 곳들은 뻔한 자기들 소굴이다. 힘을 가졌으면서도 그걸 사용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형국이 계속된다. 자연스럽지 못하고 너무 작위적이며, 그 작위성 역시 유치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나마 볼거리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너무나 어색한 전투신은 덤이다. 


애초에 이런 히어로물에서 현실성을 찾는게 어불성설인 건 알지만, 그래도 하다 못해 '그럴싸'하게는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그게 바로 '실사화'의 조건이다. 마블 영화에서는 그런걸 CG를 써서 어느정도 납득이 가게 만든다. 하지만 드라마는 너무나 부족하다. 그나마 데어데블 정도가 격투라는 현실성을 부여할 뿐이고, 나머지 인물들은 굳이 초능력이 왜 있어야 되나 싶을 정도로 장르적인 재미를 살리지 못한다.


결국 남는 건 데어데블과 퍼니셔 뿐이다. (물론 디펜더스에는 퍼니셔는 안 나오지만..) 그들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현실성이 어울리고 드라마에 어울린다. 나머지 영웅들은 그들이 지닌 초능력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 힘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힘을 쓰는 장면들 역시 별다른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한다. 원펀맨이라는 만화가 애니화 되며 북미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다른 히어로물들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오른 것과 대비된다. 데어데블이라는 선두주자의 특성 때문에 후발 드라마들은 그 분위기를 억지로 따라가며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그 데어데블마저 디펜더스에서는 동양의 신비한 닌자들, 그리고 제값 못하는 영웅들과의  화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 혼자로는 너무 벅차다. 결국 디펜더스는 이도저도 아닌 잡탕찌개가 괴상한 맛을 내다 간신히 끝난다.


나는 디펜더스 시즌 2가 나오기 힘들거라고 본다. 아이언피스트도 시즌2로 캔슬당한 마당인데, 사실 디펜더스의 핵심은 원작에서 이 아이언피스트와 루크케이지의 시너지였다. 그런데 실상 드라마는 데어데블이 간신히 하드캐리 하는 정도다. 뭔가 주객도 전도되고, 그 전도된 주 둘 모두가 퇴역한 마당이니...


결국 데어데블만 시즌3로 호평을 받고 있다. 제시카 존스는 간신히 시즌3가 결정됐지만 오래 못갈 것 같고, 루크케이지와 아이언피스트는 이미 캔슬당해버렸다. 영웅적인 능력을 제대로 묘사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데어데블의 성공 때문에 그 분위기를 따라가려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게 되었다고나 할까.


모두가 이 디펜더스를 위한 초석이었던 것 같은데, 데어데블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이상해져버린 안타까운 기획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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