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데블 시즌 2는 두 파트로 나뉜다. 잔혹하게 범죄자들을 죽이는 안티 히어로 퍼니셔와, 예전의 연인이었던 엘렉트라와의 이야기다.
시즌 1의 쫄깃하고 몰입감 있던 끈적한 이야기에 비하자면 시즌 2는 조금은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주제의식이 무거운 듯한?
주인공은 배트맨 같은 놈이다. 한마디로 불살주의다. 그에 반해 퍼니셔는 즉살주의다. 이거 가지고 주인공은 퍼니셔와 대립한다. 그로 인해 주인공의 주위 인물들도 다 떠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다.
엘렉트라 역시 즉살주의다. 주인공이 애써가며 적을 죽이지 않으려 할 때 저 둘은 아무 거리낌없이 총으로 쏴 죽이고 칼로 찔러 죽인다. 이에 대해 '악마'라는 이름이 붙은 주인공은 선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들을 말리려 하지만, 나중으로 갈 수록 그냥 너네는 그래라.. 나는 나대로 할테니.. 하는 방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로 봐서 어느 정도 포기한 듯한?
항상 이런 걸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왜 얼굴 전체를 안 가리는지, 목소리는 왜 안 바꾸는지 하는 거다.
배트맨의 경우에는 이런걸 의식해서인지 목소리를 낮게 깔지만, 그 역시 여전히 입은 노출하고 다닌다. 물론 입모양만 보고 사람을 유추하기는 쉽지 않겠으나, 데어데블의 경우 입술 터지는 일이 많은데, 데어데블의 상처와 변호사일 때의 상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목소리다. 사람 목소리도 등뒤에서 들리면 말투나 톤으로 누군지 쉽게 알 수 있는데, 데어데블 역시 경찰친구가 데어데블을 대할 때 목소리만 들어도 '이 시키 변호사네'하고 쉽게 알 수 있을거 같은데도 전혀 모르는 눈치다. 저런 둔한 감으로 어찌 경찰을 하고 승진까지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어쨌건 데어데블 특유의 매력은 여전하다.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전, 무겁디 무거운 주제의식, 그리고 퍼니셔와 감옥에서도 여전히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킹핀까지. 2시즌 중반까지는 정말 몰입해서 본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엘렉트라가 나오고 동양의 닌자가 나오면서 뭔가 와르를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다. 뭐, 주인공도 일단 초감각이라는 면에서는 초능력자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의 육체는 그래도 철저히 노멀에 가깝다. 맞으면 아프고 상처 입고 큰 힘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고작 초감각 + 격투기 정도다.
퍼니셔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쉽게 상처 입는 인간이고 그가 쓰는 무기다. 데어데블 시즌2 중간까지는 현실성이라고 하나.. 그런게 살아 있다. 법이라던가 육체 한계라던가...
그런데 엘렉트라가 나오고 닌자가 나오고 죽은 사람이 부활하면서 뭔가 분위기가 무너진다. 저런 능력이 있으면 법이 무슨 소용인가. 적은 주인공의 정체를 아는데, 그를 무너뜨리고 싶으면 그냥 까발리면 되는데 왜 저리 멍청한 암수를 부리느라 고생을 하는가. 어떻게 현대 뉴욕에 저런 무뇌같은 개떼닌자가 수도 없이 돌아다니는가 등등...
애초에 원작이 그러니 미드도 그렇게 가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완전 달라진 것 같고, 생뚱맞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어지는 디펜더스에 맞추려고 이렇게 진행한 것 같은데, 아이언피스트도 망했고 디펜더스도 별 재미 못 봤다고 하니.. 이 닌자 시리즈는 계속 이어지기는 힘들지 않을까.
다행히도 데어데블3는 다시금 현실적인 분위기로 돌아온 것 같다. 즉, 그 현실성을 상징하는 인물인 킹핀(물론 그 킹핀이 하는 일들을 보면 이 역시도 현실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이 시즌 3에 다시 등장하면서 평단의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방금 시즌 2를 달리고 디펜더스를 볼 예전이라 시즌3를 보는건 나중이 되겠지만
벌써부터 나도 조금은 기대가 되기는 한다.
아.. 그리고 진짜 스포인데, 시즌2 마지막에 드디어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커밍아웃을 한다.... 여기서 딱 끊으니까 다음이 궁금해지긴 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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