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컴2 (X-COM2) 엔딩 소감

엑스컴1도 24시간에 걸쳐 엔딩을 봤는데 2도 그리 길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나는 이 엑스컴 시리즈에 애증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나는 이 게임을 타격감 하나만 보고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뮬레이션에 웬 타격감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감나빗의 확률을 피해서 맞힌 적이 날아가는 장면은 FPS의 총질보다 더 맛이 날 정도로 엄청난 쾌감을 준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을 살피면, 이 엑스컴시리즈는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모자라고 안타깝고 짜증이 나는 구석이 많다. 

대부분의 턴제 게임이 그렇듯, 성질 급한 사람들은 이런 게임 못한다. 실시간이었다면 2-5초면 마무리 될, 이동해서 총을 쏘는 과정이 수십초에서 몇분이고 걸리는 건 내가 볼 때 대단히 비효율적인 일이다. 

특히나 이동 역시 [준비동작 -> 이동 동작 -> 마무리 동작]으로 세분화되고, 각 동작의 시작과 끝에도 렉이라 불릴 정도의 연산과정이 길어지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적 AI만 해도, 고작 이동해서 총쏘고 끝낼 것을 가지고 뭐 그리 길어지는데 이해가 안된다. 최신형 컴퓨터로 연산하는데 그 정도 판단이 몇초나 걸리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결론적으로 이런 게임이 다그렇듯 총 27시간 플레이 중에 내가 직접 고민하고 행동하는 분량은 반도 안 될거다. 그래픽이 올라가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맵에서 비행선 이동하는 거나 전장 이동등등 잔 분량을 너무 잡아 먹는다. 특히 6명이나 되는 분대원을 고작 어느 위치로 이동해서 탈출시키려고 하나하나 한정된 위치 이동, 클릭, 기다림, 이동, 클릭 기다림, 이 짓을 18번 할 때는 엄청난 짜증이 솟구친다. 그냥 분대 전체 이동 이라던가 자동 배치.. 이런 단순한 기능을 왜 못넣는지 모르겠다.

잔로딩도 너무 많다. 전투가 끝나고 무슨 로딩이 그리 길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라이젠에 SSD를 쓴다. 그런데도 로딩이 있다. 이해가 안 된다. 이미 통계는 나와 있는데 로딩이 있다. 그게 무슨 로딩인가 봤더니, 운반선이 본부에 착륙하는 장면 로딩인거 같다. 필요도 없는 장면 때문에  꾸역 꾸역 로딩을 하는거다. 헐... 그 외에도 대체 왜 로딩이 걸리는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되게 많다. 

꽤나 고사양을 요하는 그래픽이나 SF답게 디테일한 연출을 위하는 건 좋지만, 그로 인해서 너무 고사양을 요하고 로딩과 연산에 시간을 잡아 먹는건 나는 반대한다. 2000년 초반에 나온 게임이 리마스터되는 일이 많은데, 그런 게임이 딱 좋다. 그 시절의 게임을 지금 사양으로 플레이하면 로딩도 거의 전무하지만 재미는 최도다.

엑스컴도 그렇게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너무 무겁다. 필요 없는 부분에 그래픽 자랑질 하느라고 용량만 늘고 로딩만 길다. 

쓸데 없이 그래픽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재밌는 시뮬레이션 게임의 재미는 구조 설계적 재미지 그래픽적 재미가 아니다. 화려한 그래픽은 처음 볼 때나 우와 하지 몇번만 보면 질린다. 그런데, 그런 연출을 게임 내내 수백 번도 넘게 봐야 한다는 건 꽤나 곤욕이다.

엑스컴 시리즈는 이를테면 20%의 엄청난 재미와 80%의 자잘한 불편함이 섞인 시리즈다. 빠른 로딩, 빠른 이동, 빠른 움직임이 가능하다면 매번 반복되는 게릴라 미션과 주기적인 뻔한 전투도 엄청 재밌어 질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엔딩을 한번 보면 완전 탈진이 되어서 다시는 쳐다 보고 싶지도 않게 된다. 

3탄이 나온다면 그래도 나는 할 것이다. 1탄도 2탄도 엔딩을 봤으니 관성적으로 3찬도 그럴 것이다. 스토리도 아직 이어질 것 같고, 제작사도 당연히 이런 돈되는 시리즈를 그만 만들리도 없으니까. 

하지만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본질적인 재미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이런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이 용량이 60기가라니... 좀 너무하지 않는가. 그래픽을 단순화 시키고 로딩과 이동을 빠르게 하고 설계에 좀 더 공을 들이면 용량은 10기가 내외이면서도, 100시간 넘게 해도 전혀 질리지 않고 계속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잘 만든 게임이고 재밌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 80%의 불편함과 짜증 때문에 나는 이 게임에 높은 점수는 주고 싶지 않다. 79점. 나에게는 딱 그 정도의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