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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지금 우리 학교는 : 뭐야, 잘 만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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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원작, 넷플릭스 12부작 한국 드라마인 [지금 우리 학교는] 나오자마자 하루만에 44개국에서 1위를 했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오징어게임과 지옥 같은 한국 드라마의 후광이라면서, 작품 자체는 별로라고, 특히 선정성 논란으로 많이 까내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처음만 조금 보다가 재미 없으면 하차하려고 했다. 그런데 웬걸, 한번 보기 시작해는 방금 막 12화까지 정주행을 마친 감상은, '뭐야, 이거 존나 잘 만들었는데?'

 

솔직히 좀비물이라는 장르답게 기존의 좀비물 클리셰를 많이 답습하고 있다. 스포가 될지도 모르는 내용이지만, 하여튼 기존의 좀비물이 가진 장치들, 사건들, 좀 뻔해보이는 일들이 여기에도 일어난다. 그런데, 약간은 새롭고, 확실히 한국적인 좀비물이다. 게다가 기존의 멍청한 미국식 좀비물과는 다르게, 한국의 맛이 그렇듯, 사회에 대한 비판, 정치나 시스템에 대한 묘사, 그리고 한국 특유의 감성(신파?)를 매우 잘 녹여냈다.

 

같은 좀비물이라도 부산행이 호평을 받은 것처럼, 이 드라마 역시 대놓고 부산행을 언급하면서 그런 특징을 보여준다. 처음 볼 때는 별 특징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지만, 화가 진행될 수록 연기가 깊어지면서 감정이입이 된다. 그래서 누군가 죽어 나갈 때마다 같이 가슴아프고 긴장이 한층 깊어진다.  특히 기존의 뻔한 좀비물과는 다르게 이건 정말 악역이라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존재를 등장시키면서 새로운 맛을 낸다.

 

난 정말 깜짝 놀랐다. 이 뻔해 보이는, 삼류 일진으로 나오는 인물은, 진짜로 끔찍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호방한 악역을 정말 잘 연기했다. 이 배우의 평소 프로필을 봤는데, 와, 이게 메이크업의 힘인가 싶다. 평소 배우의 모습은 그냥 잘 생긴 젊은 배우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진짜 찌질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악역을 잘 연기해냈다. 그냥 딱 봐도 학창시절 왕따를 끔찍하게 괴롭히는 양아치의 모습인데, 거기에 좀비가 되어 죽지도 않으면서 끈질기게 주인공 일행을 위협하는 모습은 진짜 연기상 하나쯤은 줘야 될 만큼 잘 연기했다.

 

그 외에도 평범해 보이기만 하던 학생들이 회를 거듭해 나갈 수록 죽음과 대면하고 어른이 되어서 멋진 모습이 되는 장면도 좋았다. (그 후에 죽어서 안타깝게 좀비가 되는 모습까지, 정말 완벽한 좀비물이다.) 심지어 첫 인상은 너무 안 좋은 짜증나는 조연들도, 회가 거듭될수록 호감이 가는 멋진 역이 되어가는게 참 대단했다.

 

외국인들이 높은 평점을 매긴 이유를 알 것 같다. 한국에서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CG도 많이 발전했고, 거대한 도시를 그럴싸하게 비워내고 좀비로 채워 넣은 것 역시 연출의 장족의 발전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했고. 이 드라마에서만 헐리우드로 진출할 것 같은 사람이 여럿 보일 정도다. 

 

결론적으로, 1등 할 만 했고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의 완성도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그보다 한참 못미친다고 할 정도도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잘 만들었고, 오징어게임이나 지옥의 1등 바톤을 충분히 이어 받을 만한 완성도다. 간혹 발암 요소가 보인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발암요소야말로 이런 잘 만들어진 좀비물의 장치라고 본다면, 오히려 이건 그런 장치를 굉장히 잘 배치했다고나 할까, 굉장히 짜임새 있게 잘 만들었다. 그래서 허술하다는 생각보다, 와 여기서 저런 사건이? 라는, 드라마를 봄에 있어서 몰입하게 만들고 감탄하게 만드는 장치를 잘 만들었다. 그러니 외국의 평가가 좋을 수 밖에 없다.

 

마지막의 반전이나 충격적인 마무리는 없었지만, 충분히 2기를 기대하게 만들었고, 1기만으로도 꽤 완성도 있게 만들었다. 최소한 보고 나서 이게 뭐야... 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한다. 충분히 완결성도 있으면서 차기작이 나온다면 그것도 기대할 수 있게끔 잘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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