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없는 썰전이라니.. 상상이 안되는데..
그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이 인간 뭐야?" 였다. 그러니까, 벌써 십수년도 전의 일이다.
국회의원이 된 유시민은 캐쥬얼한 복장으로 국회에 등장했고, 그의 복장은 톱뉴스가 되어 연일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아마도 그의 상징성이 노무현과 같기에, 노무현 정부를 돌려 까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나 역시 처음에는 복합적인 반응이었다. 당황스러웠으나 신선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든 유시민에게 지금도 당시의 상황이면 캐쥬얼 복장으로 가겠냐고 묻는다면, 아마 절대 아니라고, 정장 잘 차려입고 간다고 하지 않을까. 그만큼 유시민도 나이를 먹으면서 뭔가 변한것 같기도 하다.
어쨌건 그런 유시민이, 내가 군대시절 재밌게 읽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비록 비판도 많지만)의 저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또다시 조금은 놀라게 되었다.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 하고 말이다.
사실 정치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갖게 되는 나이는 서른이 넘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그 전에는 투표도 열심히 하고 뉴스도 간혹 봤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 역시 스무살이 넘어도 여당 야당의 개념도 잘 몰라서,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나 싶다.
나이가 들고 정치가 내 삶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시민 같은 논객들이 있었다.
썰전은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뉴스만 보면서 언론에 휘둘리기 십상인 보통사람들에게, 유시민의 한층 더 들어가는 해석은 많은 깨우침을 준다. 단순히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김어준도 유시민과 역할이 비슷하긴 하다. 하지만 김어준은 좀 롹 같다고나 할까. 쌍욕을 하는게 정통파는 아닐 것이다.
그에 비해 유시민은 나이가 들면서 점잖아졌다. 연륜이 깊어졌다. 그럼에도 날카로움은 더 예리해졌다. 어쩌면 박근혜 탄핵부터 문재인 탄생까지, 물론 김어준도 그렇지만 유시민의 공이 굉장히 많지 않았나 싶다. 음과 양이라고나 할까, 비록 지상파는 아니었지만 지상파에 버금가느 케이블 방송으로 수 많은 국민들을 계도한 것 같다.
어찌보면 유시민은 난세의 영웅이었다. 그런 영웅은 난세가 끝나면 할 일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박근혜 때는 정말 소재가 넘치고 넘쳤지만, 문재인 정권에서는 사실 깔 게 별로 없어서 억지로 까는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하차하는게 아닌가 싶다.
나는 그가 다시 정치로 돌아왔으면 한다. 물밑에서 계도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다시 나와야 한다. 총리든 차기 대통령이든, 유시민은 작가가 아니라 반드시 다시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