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작과 기대치 때문에 저평가 당한 에이전트 오브 메이헴(Agents of mayhem)

해야할 게임을 수백 개 쌓아둔 내가 기준으로 삼는 재밌는 게임이란, 다른 게임들을 제쳐두고 그 게임을 다시 실행할 여지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기준으로 보자면 이 에이전트 오브 메이헴은 그 기준을 충분히 뛰어넘는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미 여러번 이 게임을 껐다 켜고는 수십시간을 즐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게임이 어째서 60점대의 평점을 받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게 되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글이 많이 등장하는 이 게임은, 초기부터 많은 욕을 먹었다. 나 역시 그 욕만 보고 이 게임을 치워두고 있었다. 게임패스에 나오지 않았다면 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왜 그리 욕을 먹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막상 해보니 재밌다. 너무 재밌다. 그런데 왜 욕을 먹지?

욕을 보면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너무 지루하다. 금방 질린다. 스토리가 엉망이다. 게임이 단조롭다. 뭐 그런거다.

그런 말만 듣고 생각하면 게임이 되게 엉성하게 만들어졌을 것 같지만, 막상 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픽은 너무 훌륭하고, 재미도 충분하다. 나는 스샷만 보고는 캐릭도 세명만 나오고 기술도 없이 총만 쏘는 건줄 알았는데, 캐릭터 10명이 넘어갈 정도로 다양하고 파밍요소, 업글 요소, 탐험요소 모두 빵빵하다.

혹자는 맵이 너무 좁고 할 것도 없다는데, 글쎄... 유비식 상자 찾기에도 적응한 나로서는 이 게임이 매우 풍부하게 느껴진다. 

이 게임이 욕을 먹는 이유는 나는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로, 이 게임이 바로 그 세인츠 로우 시리즈를 만든 회사에서 나온 작품이며, 대놓고 세인츠 로우와 연관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인츠 로우 시리즈의 '맛탱이 간 스토리'라던가 세인츠 로우식의 액션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이 게임은 마치 그래픽은 오버 와치 같고, 게임성은 좀 더 점잖다. 그렇다고 그게 재미 없다는게 아니다. 사실 이 게임은 FPS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 쏘는 게임이라는 소리다. 총겜은 패드로 해야 한다. 하지만 컴퓨터로 동시 발매된 덕에 아마 키보드 마우스로 하는 사람들에 의해 재미가 많이 깎였을 것이다. 실제로도 총겜에 최적화된 XBOX는 73점으로 점수가 가장 높다. 나 역시 엑박으로 하는데 너무 재밌다. 어쨌건 이 게임은 세인츠 로우와는 다른 게임이다. 만일 이 게임이 다른 제작사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내 생각에 80점대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마치 매스 이펙트 안드로메다가 전작과의 비교로 망한 것처럼, 이것 역시 이름값으로 저평가당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 정도로 까일 작품은 아닌데 말이다.

두번째로, 초반 이후 지루해진다는 평가다. 게임의 대부분이 좁은 (내 생각에는 충분히 넓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와 똑같은 디자인의 지하에서의 전투로 이루어지는데, 서너 종류의 적이 나오고 그들을 쏘는, 너무 단조로운 슈팅이라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역시 적응하면 재밌어진다. 가령, 고스트리콘 와일드랜드는 첫 맵을 깼을 때 계속하는 사람과 접는 사람이 확연히 갈린다. 다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번째 맵까지 깨면, 엔딩까지 달리게 된다. 비슷해 보여도 똑같지는 않고, 설령 비슷하다 해도 총쏘는 자체가 재밌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게임으로는 매드 맥스도 있다. 

처음에는 너무 지루하고 단조롭게 느껴지지만, 고유의 재미. 이를테면 총쏘는 재미나 매드맥스의 경우에는 퍼즐푸는 재미, 레이싱의 재미에 맛들리면 엔딩까지 달릴 수 밖에 없게 된다.

마찬가지다. 이 게임도 적이 나오고 쏘는 너무 단순해 보이는 구조이지만, 요원을 영입하는 미션과 도시를 날아다니는 재미, 업그레이드를 하며 파밍하는 재미에 빠지면 엔딩까지 달릴 수 밖에 없다.

 

나는 이 게임을 옹호하고 싶다. 내가 너무 재밌게 즐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절대 못 만든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초기에 버그나 최적화 때문에도 많이 까인 걸로 아는데, 지금은 그런게 전혀 없다.

비록 AAA 초대작 기대를 받고 나왔기에 65000원 가격에는 욕을 먹었을지 몰라도, 할인 가격에 산다면 절대 비싼 게임이 아니다. 특히 나처럼 게임패스로 즐긴다면 이처럼 혜자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