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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이 될 뻔한 고구마, 그레이브야드 키퍼 (묘지관리인) Graveyard Keeper

올코멘트 2018. 11. 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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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내가 재밌는 게임이라고 하는 것은, 게임을 처음한 날(보통은 오후쯤에) 가볍게 한번 해 볼까 하면서 시작을 하지만, 점점 빨려 들어가서 그만 그 날이 끝날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그 게임을 다시 켜서 시작한 후, 다시 잠들기까지 16시간 이상을 온전히 빠져서 한 후에, 그 다음날에도 다시 게임을 켜는, 즉, 최소한 2박 3일간 30시간 이상을 몰입시키면 나는 재밌는 중독성 있고 기억에 남을 게임이라고 평가한다.

 

그런 점에서 더 그레이브야드 키퍼, 우리말로 ‘묘지관리인’ 이라는 이 게임은 충분히 재밌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방금 막 3박 4일간, 거의 50시간에 걸쳐 엔딩을 봤기 때문인데 중간에 쉴 틈을 주지 않고 빠지게 만드는 점이 재밌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결국 막판에 엔딩을 보고 나면 욕을 하면서 평점을 깎을 수밖에 없다. 사실 나는 엔딩을 못 본 게임이라도 중간이 재밌으면 인정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정말 특이하게도, 마지막 순간에 짜증이 폭발하면서 점수를 깎게 만들었다. 게임 자체가 엄청나게 재밌고 매력 있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몇 가지 짜증나는 요소만 없었다면 이 게임은 스타듀밸리를 뛰어넘는 갓겜이 되었을 것이다. 모드든 패치든 지금이라도 손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럴 기미는 안 보인다. 결국 이 게임은 70점의 그저 그런 평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체 왜 이 게임은 갓겜이 되지 못했을까?

 



 


이런 류의 게임을 크래프팅 게임이라고 한다. 열심히 재료를 모으고 조합해서 퀘스트를 해결하는 게임이다. 그 과정에서 작물을 재배하거나, 사냥을 통해 재료를 모아서 물건을 만들어 팔고 돈을 버는 게 이런 게임의 특징이다.

 

기존에 농부가 되는 게임은 많았지만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묘지관리인이 되어서 시체를 해부해서 장기를 꺼내 음식(?)을 만들거나 혹은 제대로 가시는 길 편안하게 상조사가 되어 정성스런 장례를 치러주거나 하는 등이 초반의 주 업무다. 그러다 중반이 되면 사냥도 하고 농사도 지으면서 영역을 확장한다. 그 때까지의 게임의 재미는 정말 대단하다. 


나는 테라리아를 120시간 정도 한 사람인데, 정말 그 때 느꼈던 몰입감을 이 게임의 초중반에 느꼈다. 둘째날 16시간을 꼬박 할 때였는데, 진짜 게임하는 보람과 재미 중독감이 대단했다. 그런 점에서 일단 핵심이 되는 재미는 확실한 작품이다.

 

게임의 구성은 단순해 보이지만 굉장히 복잡하다. 각기 기술이 교회, 묘지, 농사, 채광, 해부, 집필 등등 여러 가지로 나뉘며 각 스킬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하나만 판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

 

또 그 복잡한 게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여기저기 하나씩 성취해서 모두 찍게 되기 때문에 복잡해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술술 풀린다고나 할까. 그런 점은 대단히 괜찮았다.

 

게임의 목표는 총 6명의 NPC로부터 6개의 아이템을 얻어 포탈을 열고 이세계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원래 주인공은 죽어서 이세계로 떨어졌는데 여기서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간다는 간단한 스토리다. 게임의 진행은 1주일이 6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요일마다 찾아오는 NPC가 6명 있으며 그 NPC가 주는 퀘스트를 크래프팅으로 해결해 나가는 형식이다.

 

게임의 초반에는 좀 장벽이 있다. 게임의 진행을 1-100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5 정도에서 떨어져 나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이 대단히 하드코어하기 때문이다.

 

하드코어하다고 해서 죽으면 끝이거나 그런 게 아니다. 이동속도가 정해져 있고(좀 답답하게 느림), 인벤토리는 더럽게 작으며, 물건을 사고 파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만 넘으면 5-부터 75구간까지는 진짜 개꿀잼이다. 게임의 중간 정도에 느끼는 몰입감과 중독성은 스타듀밸리나 테라리아에 꿀릴 바가 아니다. 매일 할게 넘쳐나서 뭘 먼저 해야 하나 할 정도로 너무 재밌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이 순간은 계속되지 않는다. 결국 불편함이 발목을 잡고 만다.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수백가지지만, 이 중 팔 수 있는 물건은 극소수로 한정되고, 그 마저 제대로 팔 수 없다 .즉, 이 게임은 ‘돈 버는 재미’가 늘지를 않는다. 다른 게임은 돈벌기가 힘들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돈벌기가 가능해지는데, 이 게임은 그런게 없다.

 

내가 살 때는 하나 사면 5원짜리가 두개 살 때면 7원이 되고 3개 사면 8원이 되는 등 할증이 붙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팔 때는 하나 팔면 2원인데 두개 팔면 1.5원 세 개 팔면 0.9원.. .이런 식으로 막 줄어든다. 심지어 그 템을 팔기 위해서는 무지 귀찮게 이동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하고 나서도 찔끔 밖에는 돈을 못 번다. 그러니 속 터지는 거다. (누군가는 이 게임을 걷기 시뮬레이터 게임이라고 했다. 정말 사소한거 하나 하려면 전부 걸어가야 한다. 짧지도 않은 거리를...)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30골드 정도를 벌면 엔딩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초반에는 1주일에 10실버 벌기도 힘들다. 그리고 극후반에 모든 업글을 다하고 대규모 농사를 짓기 시작해도 1주일이 2골드 이상을 벌기 힘들다. 느릿느릿 고정된 속도로 돌아다니며 100밖에 안 되는 스태미너 열심히 충전해가며 재배를 해도, 그걸 들고 다닐 인벤도 부족하고, 그걸 사줄 상인의 돈도 부족한 것이다.

 

이쯤이 40시간 정도 째인데, 슬슬 욕이 나오기 시작한다. 내 농장은 엄청 불었고, 나는 돈도 많아서 대규모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그렇게 지어봐야 팔지를 못한다. 쓸 일도 없고. 이제는 의미가 없어지는 거다. 농사든 채집이든.... 팔 수가 없으니.

 

특히 짜증의 극은 후반에 집중된다. 점성술사 퀘스트를 하러 가는데, 일 하나 시키면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말이 1주일이지, 정말 게임이 재밌을 때는 할게 많아서 1주일도 짧았는데, 할거 다 하고, 이제는 일해서 돈 벌어도 쓸데가 없는 시점이 오면 시간 보내는게 노가다가 된다. 쓸데 없이 스태미너 소모하고 잠자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이 짓을 20분을 해야 1주일이 간다.

 

그런데 그렇게 1주일을 보내고 템을 가져다 주니, 또 1주일을 기다리라고 한다. 사람 환장한다. 6일짜리 1주일이 이렇게 길다니... 군대에서 머리 박고 명상할 때도 시간이 이렇게 길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또 1주일을 보냈더니, 세상에.... 또 1주일을 기다리라고 한다. (이 시점에서 나는 게임기를 부숴버릴 뻔 했다.) 쌍욕이 나왔다.


"씨발, 진짜 뺑뺑이도 작작 시켜야지!"

 

다행히도 그게 마지막이었다. 인내심을 발휘해서 열심히 잠을 자고 1주일을 보낸 후에 템을 줬더니 엔딩까지 금방이었다.

 

그렇게 방금 엔딩을 보고 총평을 쓴다.




 

정말이지 갓겜이 될 수도 있었는데, 똥겜 비스무리 하게 되어버렸다. 재밌기는 재밌다. 킬링타임을 원한다면 2박 3일간은 진짜 문명 처음 할 때 비슷한 중독감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막판에 불편한점이 갑자기 태풍처럼 몰려온다. 느릿한 이동, 비효율적인 동선, 의미없는 노가다, 베비꼬인 퀘스트... 하나하나가 짜증으로 돌아온다. 그 불편함을 다시 정래히보겠다.

 

1. 이동이 느리다. 순간이동이 있지만,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고(4곳) 쿨탐이 길다. 게임의 50시간중 30시간은 의미없는 걷기 이동시간이다.

 

2. 인벤이 더럽게 작다. 템 한 두개 때문에 왔다리 갔다리 하는 시간이 50시간중 20시간이다. 특히 운송수단이 없어서 나무나 상자는 일일이 하나는 들고 하나는 차면서(?) 이동해야 한다. 동선도 개같아서 템 하나 때문에 뱅뱅 돌아가야 하는 일이 엄청 잦다. 진짜 개 짜증난다.

 

3. 상인이 그지같다. 물건을 만들어도 팔 수가 없다. 돈 되는 템은 극소수로 한정되어 있으며, 이마저도 내가 살 때는 할증, 팔 때는 할인이 된다. 돈 벌기가 지옥 같다. 그리고 물건을 가지고 상인에게 갈 때도 인벤이 작아서 짜증난다. 스타듀밸리처럼 자기 집 옆 상자에 넣으면 되는 게 아니다. 일일이 품목에 해당하는 상인을 찾아가서 팔아서 고장 10-20실버를 벌게 된다. 퀘스트를 진행하려면 그렇게 총 17골드를 벌어야 된다. 그 외에 원활한 진행을 위한 템을 사는데 13골드가 필요하다. 극후반 최고 효율에서도 일주일에 2골드 넘게 벌 수가 없다는 걸 생각하면 진짜 개 노가다다.

 

4. 조금만 한눈팔다 하루를 보내면 20분을 기다려야 한다. NPC는 6일중 하루만 나오고 그마저도 하루 종일이 아니라 해 뜨면 나와서 해지면 사라지니 하루 깜빡 하면 사람 환장하고 미친다. 물론 중반에 매일 할 일이 있을 때면 까짓 거 하루 빼 먹어도 할 게 많아서 20분 금방인데, 극 후반에 하나 둘 호감도 모두 달성하면 하루 보내는게 고역이다.




결론적으로 전체 50시간 중에 의미 없는 이동과 시간 보내기가 30시간 쯤 되는 거 같다. 정말이지 이동을 빠르게 해 주던가, 대량 운송을 만들던가, 인벤을 늘려주던가, 돈을 벌어서 쓸 수 있게 해 주었다면 충분히 85점 이상을 받았을 것이다.

 

특히 나는 XBOX로 했는데, 뭔놈의 2D게임에 이렇게 개같은 프리징이 많은지... 게임 플레이 50시간중 5시간은 프리징으로 멈춰 있던 시간이다. 이래놓고는 막판 엔딩에 DLC 드립을 치는데... 이러니 망하지. 제작자가 눈 앞에 있었으면 2시간은 패고 밟았을 거다.

 

안타깝다. 조금만 손보면 지금이라도 패치로 갓 겜이 될 수 있다. 상인 할인 할증 없애고, 대량운송 만들고, 동선 개선 만들고, 순간이동 개선하고, 큰돈으로 더 큰 돈을 벌 수 있게 하면 진짜 스타듀밸리 넘어설 수 있다.

 

그런데 안하겠지.. 벌써 망했으니까.

 

안타깝다. 진짜 초중반은 갓겜인데... 2박 3일은 미친듯 재밌게 했는데... 그 후가 욕나오는 쓰레기라니...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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