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터스텔라, 재밌긴 하지만 약간의 과장은 있었던....
워낙 입소문이 대단했고, 또 제작자 인터뷰에서 무슨 저명한 과학자의 자문을 받아 만들었다고 큰 소리를 치기에 대단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감독 또한 CG를 쓰느니 직접 옥수수밭을 만들어 불을 지르고 특수효과도 자기가 다 세트 만들어서 찍는 놀란 감독이 아니던가.
(이런걸 직접 만들어서 찍었으니 그 수고로움이 대단하다.)
그래서 보기 전부터 이건 매우 대단할 것이라며 두근거리며 보기 시작하는데.....
"이게 그 소문의 작품이 맞나?"
물론 재미는 있었다. 그것은 작품의 배경이 주는 SF적인 요소가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도 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가 아는 과학적 지식으로는 뭔가 납득이 잘 안가는 요소가 많았다.
이를테면, 저 다차원의 시공간 표현이 그렇다. 물론 다차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저렇게 된 것이겠지만, 그 자체로 이미 영화는 SF에서 뭔가 판타지적인 세계로 넘어가버린다.
뭐랄까.. 영화는 현실적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현실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현실로 만들었다고나 할까... 그런게 영화에 많다.
가령, 우연찮게 외계의 행성에 도착했는데, 그 곳의 해수면이 '기적적으로'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을 확률? 이 대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이런 유머짤도 있다 ㅋㅋㅋㅋㅋ)
또, 이 우주에 얼마나 많은 외계고등지적생명체가 있는데, 그들이 콕 찝어서 이 지구의, 그것도 이 수많은 인구 중에 딱 한명을 찝어서 저렇게 도와준다는 자체가 뭔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이 너무 허황되게 느껴졌다. 이를테면, 과학적인 영화라고 해 놓고는 통계학적인 관점에서는 전혀 과학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나 할까. CG조차 거부하고 현실적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감독이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마저 영화로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된게 아닌가 싶다.
결국 영화는 영화의 재미를 따라가기 위해 과학적인 사실을 너무 과장하거나 축소했다. 물론 허구적인 이야기니까 그러는게 당연하다. 애초에 인간이 우주로 나가는 자체도 쉽지 않은데 그걸 항성간으로 확장하는 허구적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려면 그럴 수 밖에 없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그저 재밌지만 뭔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볼 때는 오히려 흥미가 반감되는 느낌이다. 가령, 컴퓨터를 잘 하는 사람이 드라마를 볼 때 해커라고 나온 사람이 이상한 화면 하나 띄워두고 아무 자판이나 눌러대며 몇초만에 '암호를 풀었어요' 하는 걸 보는 느낌이랄까?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하겠지만 아는 사람들이 헛 웃음이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인터스텔라의 뜻은 '항성간의'이라는 뜻이다. 즉, 이 태양계에서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이 태양계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태양계는 직경이 4광년이다. 4광년... 수억광년 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으니 이 4광년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수십년 전에 쏘아보낸 탐사위성이 아직도 태양계를 벗어났느니 못했느니 하고 있는 판국이다. 4광년이란 빛이 4년간 가야 하는 거리다. 빛은 '1초'에 지구같은 걸 30개나 지날 수 있다. 그런 빛이 1분도 아니고 1시간도 아니고 하루도 아니고 1년도 아닌 무려 4년간 달려야 겨우 이 '태양계'하나를 벗어난다. 이 태양계의 길이를 4음절로 이루어진 단어 하나라고 해 보자. 그렇다면 이 '은하'는 그런 단어가 몇개가 필요할까? 우리 은하의 크기는 그런 단어가 수만개가 모인 '책 한권'에 해당한다. 실감이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 책이나 꺼내서 단어 하나를 태양계라고 한다면 책 전체가 은하계다. 그리고 그런 은하계 중심에 블랙홀이 '1개'가 있다. 블랙홀이라는 놈은 그렇게 어마어마한 크기의 은하에 겨우 하나가 존재할 정도로 압도적인 파괴력을 지닌 녀석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런 블랙홀이 옆집 아저씨마냥 묘사된다. 블랙홀 하나로 태양계 수천, 수만개가 아작나난건 일도 아닐건데도 불구하고, 그런 블랙홀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거기 빨려 들어가기도 하니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 그런거 따지는게 우습기는 하다. 영화는 영화일 뿐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기는 하다.
어쨌건 그런 요소를 제외하자면 영화 자체는 흥미롭게 만들어져 있다.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했다는 말만 제외하자면 '재미'라는 요소에 있어서는 꽤 볼만하다고나 할까. 그 외계의 우주에서 삶과 죽음을 직면하며, 수십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난다던가, 블랙홀의 모습이라던가, 다차원의 공간이라던가.. 이런건 보는 자체로 일단 흥미롭긴 하다.
재밌는 사실은 이 영화가 본토에서는 별 재미를 못 봤고, 외국에서 크게 흥행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에서 천만을 돌파할 정도였고.. SF라고 해도 뭔가 때리고 부수고 괴물 나오는게 흥행하지 이런 순수 과학적인 게 아무리 놀란 감독이라고 해도 흥행하기는 쉽지 않은데, 한국에서의 흥행은 그래서 특이하다. 한국사람들이 세계에서 IQ가 대단히 높은 축에 속한다던데 그것과 관련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재미적 측면에서는 훌륭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