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론 레인저, 혹평 일색이지만, 결국 감동하고 말았던 수작
이래서 뭐든지 직접 봐야 한다. 남들의 평가만 보고 졸작인 줄 알았으나 막상 보고나니 초대명작이었던 왓치맨 정도는 아니지만, 론 레인저 역시 너무 저평가된 명작이라 생각한다.
조니뎁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대표작인 캐리비안의 해적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나 할까. '론 레인저'라는 이름을 가진 작품은 이게 오리지널이 아니라고 한다. 무려 1930년대부터 있었고 계속 만들어지다 80주년 기념작으로 이 영화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독수리를 데리고 다니던 인디언에 대한 만화를 본 기억이 날랑 말랑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영화의 초반은 '역시 사람들 평이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인디언처럼 하고 나온 조니뎁은 전혀 인디안처럼 보이지 않고,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보여줬던 연기 그대로 하는 것 같아서 식상하며, 좀 지루한 것 같기도 하고, 잘 이해도 안가고 그런다. 하마터면 여기서 관람을 그만 둘 뻔도했다.
하지만 영화는 의외로 기본적인 공식을 착착 지켜가면서 스케일이 커진다. 긴 러닝타임도 흥행실패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고 하는데, 그런 면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오히려 후반의 30분은 그 길고 긴 전반부가 있기에 가능한 엄청난 스펙타클을 선사한다.
뭐, 좋은 말은 아니다. 그 30분을 위해 앞의 길고 지루한 1시간 30분을 견디라는 말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도무지 이해가 안가던 주인공의 행동과 이야기의 흐름이, 정말 어느 한 순간 머리를 후려 친다. 그 때가 되면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를 고발하는 매우 서글프며 애잔한 다큐멘터리로 변한다. 물론 그렇다고 영화의 재미를 버리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 30분의 스펙터클은, 정말 이게 진짜 블록버스터지! 하는 굉장한 스릴과 액션을 선사한다.
우와 우와 소리를 하며 보다 막판에 몰려오는 서글픔은, 비로소 이 영화를 수작의 반열에 올려놓게 된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돈이나 벌려고 허접한 연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을 깨닫고 난 후에는 비로소 조니 뎁의 그 연기가 단순한 차원의 연기를 넘어서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분노와 용서의 초월적인 면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이 영화는 오락영화를 넘어서서 명작이 된다.
결론적으로 그걸 느낀 사람들은 이 영화의 평점은 너무 낮다며 안타까워하고, 그걸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삼류 영화라고 혹평을 하는 것이다. 왓치맨의 엔딩 장면을 보고 전율을 느꼈던 그 때와 같이, 이 영화 역시 그 감상은 극과 극으로 나뉘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