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게임]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 할인으로 사기가 미안할 정도의 개꿀잼
나는 유비소프트에 항상 미안하다. 유비소프트는 패턴이 있다. 나오자마자 까인다. 어떨때는 최적화와 버그로 까이고, 어떨때는 식상하고 상투적이라서 까인다. 그 결과 나오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할인을 하고 반년 정도 지나면 절반 이하의 가격이 되어 버린다. 매년 굵직한 게임을 2-3개씩 내는 유비 입장에서는 가격 방어를 하지 않는것보다 빨리 할인으로 팔아제끼고 새 게임을 내는게 낫다.
그렇다고 유비소프트가 그 게임을 버리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욕을 먹던 게임은 어느새 패치에 패치를 거듭하며 버그는 사라지고 최적화는 완료된다. 그래서 반년쯤 지나서 해보면 정말 잘 만든 게임이고 너무 재밌다! 하지만 이미 평가는 바닥이고 정가에 사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눈물의 세일에 들어가는데, 이 때가 내가 게임을 구매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게임을 해 보면 나는 깜짝 놀라고 만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재밌어!!!!!"
이 때의 나는 게임을 혹평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재밌는 게임이 왜 평점이 이것 밖에 안돼? 이유는 간단하다. 초기의 최적화, 버그, 그리고 식상한 유비 월드. 하지만 나처럼 유비월드를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혜자 작품이 된다.
이 게임은 [FULL OF 꿀잼]으로 가득차 있다. 유비월드가 그렇든, 광활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오픈월드, 죽여야 할 수천, 수만의 적들, 그리고 널리고 널린 무기와 업그레이드 포인트. 그야말로 100시간은 너끈히 즐길 꺼리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이다.
이것을 비평가들은 혹평한다. 게임이 다 똑같다고. 이름만 다르지 이게 고스트리콘인지 디비전인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상관 없다. 어차피 FPS의 재미는 총쏘는 재미다. 그게 도시에서 무법자를 죽이는 것이고 섬에서 반란자들을 죽이는 것이든 중요한 건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을 수만 있다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전에도 고스트랜드 와일드랜드를 하면서 깜짝 놀란적이 있다. 15,000원의 할인가로 사서 했는데, 정말 너무 재밌게 즐겼다. 사실 이런 게임은 즐기는 방법이 있다. 그냥 무턱대고 돌진하고 쏴 죽이고 하면 이런건 재미가 없다. 한 곳 하고 나면 나머지는 복붙이네? 이런 소릴 하면서 게임에서 손을 떼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게임은 FPS를 가장한 퍼즐이다. 모두 다른 배치의 적진을 탐색하고 작전을 세운 후 하나하나 스나이핑으로 제거하고, 그러다 들키면 개돌하고, 그렇게 적진을 소탕한 후 유유히 파밍을 하는... 그야말로 FPS의 파밍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순간 넓고 넓은 맵의 수 많은 적진은 따 먹어야 될 꿀벌통처럼 보이게 된다. 그야말로 풀 오브 꿀잼으로 맵이 가득 차 있는 유비 월드의 축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안타깝다. 그냥 걸어다니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오는데, 이런 게임이 출시 초기의 최적화와 버그, 그리고 식상함이라는 이유로 평점 5점 이하의 테러를 당하고 판매도 망하고, 그래도 꾸역꾸역 완벽 현지화로 한글화 출시에 패치를 계속해 주고.... 그런게 유비 스타일인 것 같다.
특히 고스트리콘은 디비전과 유사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캠프의 모습이나 무기의 레벨체계등등, 완전 주인공만 다르지 디비전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해 보면 다르다. 디비전이 진지에서 치고 박는 총싸움, 혹은 전진하며 일직선 맵을 클리어하는 것이라면, 이건 자유롭게 탐험하며 상자를 까는 스타일이다. 예전에 스토커 쉐도우 오브 체르노빌 같은 게임이 발전하면 고스트리콘이 된다. 맵을 자유롭게 탐험하고, 적을 싸그리 날리고, 파밍을 하는.. .그런 재미가 이 게임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게임은 굉장히 담백하다. 적진에 수십명의 다양한 적이 포진해 있는데, 그들을 탐색하고 하나씩 머리를 날리고 싸그리 정리하는 재미는 체력게이지를 잔뜩 달고 나와서 죽어라 총알을 퍼 붙는 디비전과는 확연히 다른 차원의 재미다.
이런 게임을 이렇게 싸게 사서 미안하다. 하지만 그래서 나같이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유비소프트가 고맙다. 그들은 진정 자선사업단이다. 정말 수십만원을 줘도 아깝지 않을 명작 게임을 할인이라는 명목으로 단돈 만원 이만원에 팔고 있으니...
안 해본 사람들은 편견을 갖고 이 게임을 외면하지 마시라. 고스트리콘 와일드랜드는 평점 75점에 혹평이 가득하지만, 취향이 맞는 사람에게는 인생 게임 중 하나다. 광활하고 아름다운 오픈월드를, 그야말로 나라 하나를 옮겨놓은 관광게임으로 생각해도 손색 없다는 말처럼, 이번작 역시 아름다운 섬을 배경으로 널리고 널린 수천명의 적 머리를 날리는 것만으로도 할 게 널린 혜자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