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게임] 재밌지만 욕 먹는것도 이해가 가는, 데드 라이징 4 Dead Rising 4
2006년인가 XBOX로 나온 데드라이징1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좀비물이라고 하면 호러 분위기의 무겁고 깜짝 놀라는게 주였던 시기였다. 죽음에서 살아온 존재는 우리의 이해를 뛰어넘는 미지의 괴물이었고, 당연히 그런 좀비를 피해 도망다니거나 잡혀 죽거나 하던 게 보통이었지, 이렇게 좀비를 마구 때려 잡는 컨셉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런데 주인공 프랭크 웨스트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였다! 무한한 체력과 좀비보다 더한 생명력으로 좀비들을 때려 잡아댔으니, 이 아니 신선하랴. 좀비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닌 경험치를 쌓기 위한 고깃덩이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후 데드라이징 2는 크게 성공했는데, 게임의 색을 완전히 정립했었다. 엄청난 좀비떼, 기술의 업그레이드, 촉박한 시간과 좀비 영화 같은 스토리, 매력적인 악역 등등... 워낙 성공적이라 주인공을 바꾸고 좀 추가한게 나오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로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좀비 게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특색있는 시리즈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나온 데드라이징 3는 평가가 미묘했다. 그래픽적으로 어마어마한 향상을 이루었고, 오픈월드로서도 더 이상 조그만 몰이 배경이 아닌 거대한 도시로 확장되었지만, PC같은 경우는 개적화로도 욕 먹었고, 게임이 이제는 완전히 좀비무쌍으로 변하고 너무 가벼워져서, 마치 데드라이징이 아니라 세인츠로우 좀비 판 같다는 의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 개인적으로는 3가 가장 재밌었다. 사실 2는 좀 어렵기도 하고 엔딩까지를 못 갔다. 내 자신이 어려운 게임을 못해서 그렇기도 한데, 2에서는 싸이코 하나 잡는 것도 너무 힘들었고, 시간 제한 때문에 난이도가 높았다. 사실 이런 난이도 높은게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인정받던 점인데, 시리즈가 갈수록 가벼워지고 쉬워져서 평가가 박했던 것이다.
강력한 무기를 조합해서 시원시원하게 좀비를 때려잡는 맛은 일품이었다. 화면에 꽉찬 좀비를 차로 수백마리씩 치어 죽이고, 패 죽이고, 찢어 죽이고, 터쳐 죽이는 게임은 더 이상 1,2편의 무거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사람은 좋아했을지 몰라도 1,2편의 수백만명의 기존의 팬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어 나온 4편. 나는 이걸 하기 전에 온갖 편견에 휩싸여 있었다. 아, 정말 개판으로 만들었나 보구나. 복붙했나보구나. 재미 없겠구나.. 하고..
그런데 웬걸. 엑박 게임패스에 나와서 바로 했는데, 와, 뭐야 이거, 재미가 여전하잖아?
남들이 다 욕하는 그 모든게 나같은 사람에게는 장점이었다. 어렵지도 않고, 여기저기 무기와 약품이 널려 있고, 그래서 죽을 걱정 없이 시원시원하게 무기로 좀비를 조지는 그 손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난이도가 너무 쉽고 반복적이라 조금 하다 말았다는 사람들은.. 글쎄.. 내 생각에는 컴퓨터로 한게 아닐까 싶다.
사실 이런 게임은 패드 손맛으로 하는 거다. 묵직하게 좀비를 패 죽이는 그 손맛은 내가 좀비 2만 마리를 때려 잡아도 전혀 지루하거나 지겹다고 느끼게 하지 않았다.
나처럼 단순히 좀비 때리는 손맛으로만 한다면 이 게임은 그야말로 끝내주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 이상을 원하는 하드코어 유저라면 욕을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초반부터 나오는 발목잡고 짜증나는 여자 주인공... 요즘 사람들은 이런거 안 좋아한다. 여자가 나와서 시시건건 주인공 발목을 잡고 징징 대고 발암을 유발하는... 이런거 나오면 평점 확 깎인다.
엔딩도 문제다. 주인공이 ***************!(스포) 아무리 명작 영화라도 평점이 40%는 깎인다.
하물며 여기서 한둘 더 뜬다. ******** 줄 알았던 주인공이 다시 ******! 그런데 이건 DLC다! 세상에... 진엔딩을 DLC로 낸 거다.
이런 행태는 캡콤이 욕을 쳐 먹던 2년전까지 하던 짓이다. 이후 이 게임을 말아먹고, 이 제작사가 망하고 나서 캡콤은 방향을 바꾸는데, 이후 몬헌이니 바하니 나오면서 초개념 제작사 소리를 듣고 있다. 이게 불과 2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니 참...
어쨌건 이런 게임이 욕을 먹는건 좀 억울하다. 어마어마한 오픈 월드에 수 많은 무기들과 즐길 꺼리들. 비록 그게 반복적이고 복붙이라 하더라도 이런 볼륨의 이런 쾌감은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평점도 최소 75점은 되는 모양이다.
유저 평가가 박한 것은 1,2편의 골수팬들의 혹평이다. 특히 위에서 말한 발암을 유발하는 여자 징징이와, 진 엔딩을 DLC로 팔아먹는 행태 때문일 것이다.
그런 것을 제한 채, 단순히 가벼운 게임과 끝내주는 손맛으로 25시간 정도를 재밌게 보내고 싶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최소한 80점은 넘는, 3편의 재미 그대로 발전시킨 4편이라 하겠다.
4편의 폭망으로 제작사가 문닫고 시리즈가 끝났다고 하니 좀 아쉽다. 외모나 성격이나 GTA5의 마이클을 닮았던 프랭크 웨스트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난 모양이다.
생각보다 재밌는 게임이니 3편을 재밌게 한 사람들이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