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슈퍼맨 리턴즈
이게 나온지도 벌써 13년이다. 아카데미 상을 석권한 보헤미안 랩소디를 연출하다 아동 성폭행 의혹으로 하차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만든 이 영화 이후로, 슈퍼맨은 잭 스나이더로 바뀌어 맨 오브 스틸과 일명 '니엄마사' 사태로 불리는 배트맨 대 슈퍼맨을 끝으로 나오고 있지 않다.
평점은 이게 최하다. 6점대다. 특이한 건, 개봉 당시에는 욕을 먹었으나 시간이 지나서 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호평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배대슈가 거하게 말아먹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게 더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일까...
크리스토퍼 리브 이후 슈퍼맨에 정말 잘 어울린다던 브랜든 루스는 이 작품 이후로 슈퍼맨과 연을 맺지 못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그는 슈퍼맨과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 이후 레전드 오브 투머로우에서 DCU의 아톰을 연기했는데, 볼 때마다 슈퍼맨이 자꾸 겹쳐 보일 정도다.
그러고보니 감독도 그렇지만, 이 영화는 유독 스캔들 난 배우로 몸살을 앓는 것 같다. 메인 빌런인 렉스 루터 역의 케빈 스페이시도 성추행 의혹으로 잘 나가던 미드에서 하차하고 한동안 뜸했다. 근황을 보니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을 보아, 완전 매장당하거나 형사 처벌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어쨌건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영화는 기존의 슈퍼맨과는 좀 달랐고, 무엇보다 현대 관객들이 싫어하는 요소가 들어가 있다. 사실 요즘 트랜드가 그렇다. 사이다만 찾는다. 하물며 가장 강력한 영웅에게 약점이 있다? 그래서 고통을 받는다? 이런 구성은 전통적인 영화 구성의 필수 요소이지만, 오히려 너무 많은 드라마를 경험한 현대 관객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요소일 수도 있다. 그냥 고난 없이 먼치킨이 날뛰는 것만 보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초반 영웅이 활약하는 장면에는 가슴찡하게 감동하다가, 후반에 나약한 모습을 보면 짜증을 내며 평점을 깎아버리는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더한 혹평을 받을 요소도 있다. 여주인공 로이스 레인이, 주인공의 애까지 낳은 여인이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하며 마지막까지 그와 키스를 한다. 이런 장면도 한국의 정서에는 맞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서양 히어로물의 전통으로 굳어지긴 했지만, 안경 하나 썼다고 못 알아보는 것도 실소가 좀 나온다. 뭐, 기자로서의 클락켄트가 슈퍼맨과 너무 비교되는 찌질이같은 행동을 한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생긴게 똑같다면 외모만으로도 동일인이라는 걸 몰라도 끌리는게 당연한게 아닐까? 그런데도 못 알아보다니... 물론 슈퍼맨의 실종 기간 = 클락 켄트의 실종 기간이 완전히 겹치는데도 의심조차 못하는 것, 영화 끝날 때까지도 의심도 안하는 것.. 그런 것도 우습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온전히 슈퍼맨의 정체성을 다루고 있다. 오랜 만에 나온 슈퍼맨 영화가 슈퍼맨의 영웅적인 모습이 아닌, 개인적인 인생사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슈퍼맨의 활약은 초반에 조금 집중되었고, 후반 이후로 렉스 루터의 악당짓은, 스케일은 대단했지만 실소가 나올 정도로 너무 엉성했다. 행동이 너무 바보처럼 느껴졌달까. 평점이 깎인데는 그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건 슈퍼맨은 슈퍼맨이다. 그가 날아다니고 영웅적인 행동으로 사람을 구할 때는 당연하게도 감탄과 동경의 감정이 들게 된다. 전체적으로 지루하거나 마음에 안들거나 납득이 안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슈퍼맨은 슈퍼맨이었고, 십수년만에 다시 봐도 재미는 있었다.
그리고 브랜든 루스는 정말 슈퍼맨같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