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퍼시픽'이라는 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을 다룬 미드에서였다. 밴드오브 브라더스야 너무 유명하지만 퍼시픽은 그 명성에 비해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밴드오브 브라더스가 결국은 지옥에서 살아나온 영웅담이라고 한다면, 퍼시픽은 지옥의 참상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나온 주요 인물 중 하나가 라미 말렉이었다. 이른바 '스내푸'라 불리는 역이었는데, 능숙한 병사로 나오지만 뭔가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그런 모습이었다.
스내푸(혼돈)이라는 별명답게 격정적인 연기가 인상깊었다. 하지만 외모가 솔직히 미남이라던가 대중적이라는 인상은 들지 않았다. 때문에 독특한 캐릭터와 외모로 기억에는 남았으나 이후 다른 작품에서 그리 두각을 보이지 않아서 이대로 잊혀지는 인물이 될 줄 알았다.
내가 그를 다시 본 작품은 미스터 로봇이라는 미드에서였다. 그가 주연이라는 걸 봤을 때 나는 '이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고?' 하면서 살짝 놀랐다. 아무래도 외모가 '잘생겼다'라기보다는 '개성있게 매력적이다'라는 느낌이었기에 주연보다는 항상 조연으로만 나올 줄 알았다. 또한 외모가 일반적인 미남에서는 거리가 있다 보니 로맨스물 같은 것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는데, 확실히 그는 특이한 배역에 잘 맞았다.
미스터 로봇에서 그는 사회 전복을 꿈꾸는 해커로서의 음침하면서도 과감한 모습을 잘 연기했다. 파이트 클럽의 해커버전이라 할 수 있는 이 드라마는 각본과 연기에서 호평을 받으며 현재 드라마의 성공 척도라 할 수 있는 시즌 4까지 진행중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그는 확실히 대중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제는 확실히 주연으로 충분하다는 증명을 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터졌다.
그의 개성적이라 여긴 외모는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연기를 잘하다 보니 이제는 그 특이한 외모마저 '매력적으로 잘 생겼다'라는 생각마저 드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정말 연기 폭을 보면 미쳤다라는 말이 나온다. 사실 퍼시픽에서의 역할 때문인지 나는 그의 연기가 이렇게 대단할 것이란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퍼시픽이라는 미드 자체가 캐릭터물이라기 보다는 다큐에 가까운 전쟁물이라 그렇지만 거기서의 연기는 한정되어 있었다. 미스터 로봇에서도 역할이 역할인지라 그의 이미지는 뭔가 무겁고 어두운... 그런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신들린 듯한 광기어린 폭발력은 정말 그가 위의 배우와 동일인물인지 헷갈릴 정도다. 말 그대로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듯한 연기력이었다. 덕분인지 이 영화는 현재 월드와이드 4억불로 대흥행중이다. 그 개인적으로도 최초로 월드와이드 히트친 영화가 되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더 이상 그에게 조연이나 어울리는 배우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그가 로맨스물에 나온다 해도 나는 납득할 것이다. 잘생김을 연기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이제 그 어떤 역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다시 보니 정말 잘 생긴 것 같다.
어쨌건 그는 이제 A급 배우로서 확실하고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그가 차기 007 이 된다고 해도 납득이 될 것 같다. 이제 그는 어떤 대작의 주연이 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커리어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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