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나온 보더랜드2는 역대급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지금 해도 어색하지 않은 그래픽과 게임성, 그리고 유머와 방대한 스토리가 잘 어우러진, FPS에 있어서는 GTA에 비빌 정도의 이름 값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보통 명작 후속작의 가장 큰 라이벌은 결국 전작이 된다. 전작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후속작은 무슨 짓을 해도 욕을 먹는 경우가 많다. (물론 GTA같은 예외도 있지만...)
2014년에 나온 보더랜드 프리시퀄은 그런 의미에서 여러가지로 불운하다. 나오자마자 보더랜드 2와 비교당하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판매도 별로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보더랜 프리시퀄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 보더랜드2를 가장 많이 즐겼다. 거의 300시간 가까이 했으니... 그에 비해 프리시퀄은 확실히 플탐이 약하다. 100시간도 아직 못한거 같다.
하지만 보더랜드2를 정말 질리도록 하고 나서 프리시퀄을 하고 나면, "어라? 이게 이렇게 재밌었다고?" 하면서 새삼 놀라게 된다. 분명 프리시퀄은 2보다 재밌다.
보더랜드 프리시퀄은 말 그대로 2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1보다는 이후의 이야기다. 보더랜드의 배경이 판도라 행성이라면, 프리시퀄은 하늘에 떠 있던 인공위성 헬리오스로 시작해서 판도라의 달인 엘피스가 주 무대가 된다.
스토리는, 잭이 어떻게 하이페리온을 정복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얼굴이 망가졌는지, 2의 다른 캐릭들은 어떻게 그리 되었는지 하는 내용들이다.
사실 미래로 뻗어나가는데 부담이 없는 것과는 달리 제한적인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볼륨 자체가 많이 빈약하다. 보더랜드 2의, 그 방대한 맵에서 사막과 얼음지역을 오가는 것에 비하자면 맵부터가 부실해 보인다. 스토리도 굉장히 산만한 편이다. 곁가지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결국 2와 비교해서 엄청 까였다. 자체 볼륨도 어마어마하고 DLC도 무지막지하게 나와서, 그야말로 초 방대한 볼륨을 자랑한 2와는 다르게, 1/4 정도 되는 볼륨에 금방 엔딩까지 도달하게 되고, 심지어 개발사가 해체되어 더 이상의 DLC도 없게 되자 프리시퀄은 그야말로 버려진 게임 취급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분명 게임 자체는 엄청 재밌기 때문이다.
볼륨이나 스토리 때문에 까인건 인정한다. 하지만 게임성에서 너무나 발전했다. 보더랜드2는, 솔직히 당시에는 혁신적이지만 지금 하면 뭔가 구식 느낌이 난다. 좀 답답하고, 제한적이랄까. 마치 패스오브 엑자일을 하다가 디아블로2를 하면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반면 프리시퀄은 정말 재밌다! 보더랜드2가 캐릭터가 다양하다지만 결국 무기를 쓰면 비슷비슷해지고 궁극기 정도만 차이가 있다면, 프리시퀄은 모든 캐릭터가 다 특색이 다르다. 패시브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다고나 할까. 조합의 스펙트럼이 어마어마하다.
욕을 먹는 상태 이상도 나는 좋다. 보더랜드2가 불, 산성, 전기에 슬래그 정도였다면, 프리시퀄은 냉각까지 포함해서 상태이상을 굉장히 두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총을 바꿔가는 재미가 있다. 정말 성질마다 특색이 있어서 생물과 기계를 상대하는 맛이 확 난다.
빵빵 터지는 담백함도 좋다. 보더랜드2는 뭔가 집요하게 쏴 대고 금방 죽고 힘들고 그런 기분이었다면, 프리시퀄은 시원시원하게 쏘며 다닐 수 있다. 좀 캐쥬얼한 느낌도 들겠지만, 스트레스 해소에는 훨씬 좋다.
우주에서 마구 날아다니며 쏴 대는 맛이 정말 일품이다. 말그대로 중력에서 벗어난 우주의 맛이 느껴진다. 색다르고, 참신하다.
그ㅜ래서 아쉽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2 때문에 너무 욕을 먹었다. 볼륨만 좀 더 늘리고 했다면 이것도 롱런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에 나오는 3는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루었다는 말을 듣고 있다. 해 본 사람들에 의하면 재미와 볼륨 모두 2를 능가한다고 한다. 벌써부터 3이 나올 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