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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리뷰] 그린북(Green book), 뻔하지만 너무 재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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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영화를 보기 전에 선입견부터 생기는 일이 있다. 제목으로부터 내용이 연상되지 않을 때, 줄거리를 미리 듣고 뻔한 내용이라고 지레 짐작할 때, 특히 주제가 상투적이라 내용이 예측될 때 등등...

 

하지만 영화의 기본은 분명하다. 봐서 재밌고, 빨려 들어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보고, 다 보고 나서 "아 재밌었다"하는 여운이 남으면 그건 좋은 영화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고리타분할 거라 생각했다. 그린북이 뭔지는 몰라도 노트북 같은 건가? 그러면 무슨 추억에 관한 건가? 싶었던 거다. 내용을 들었을 때는 더했다. 흑인이 차별당하던 시기에 백인과의 우정이라니. 식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영화들이 많았지 않은가. 노예 12년이라던가....(물론 이건 우정이 주제는 아니지만...)

 

그런데 평점이 9.5점이 넘었다. 상도 탔다고 한다. 대게 이런 걸로 상타는 영화는 좀 지루하고 그럴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평이 더 많았다. 그래? 하며 보기 시작했고, 결국 나 역시 너무 재밌게 봤고,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그린북이란 흑인이 차별당하지 않고 머물 수 있는 여행지를 적어놓은 가이드북을 뜻한다. 주인공은 뉴욕의 경호원인데, 흑인이 차별받던 시기에 뉴욕에서 유명한 부자인 피아니스트를 경호하면서 남쪽으로 투어를 도는 이야기다. 당연히 예측되는 상황들도 나온다.

 

하지만 영화는 영리하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재밌다. 착하기만 한, 혹은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겉보기에는 거칠어 보여도 본성은 가족을 사랑하고 선악을 구분할 줄 아는 백인 주인공, 그리고 까칠해 보이지만 한없이 외로우면서도 고고한 흑인 피아니스트. 이 둘이 만들어내는 캐미는 웃기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뭐, 내용이야 직접 보면 아는 것이고... 이 영화가 잘 만들어진 이유는, 너무 무겁고 상투적인 장면이 이어진게 아니라, 마치 콩트처럼 가볍고 재밌는 장면들이 꽤나 풍성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매 장면을 웃으며 보다보면 이야기는 점점 깊어지게 된다. 수 많은 여행지를 돌아다니면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어떤 도시에서는 즐겁지만, 어떤 도시에서는 숙연해진다. 그리고 모든 여행을 마쳤을 때는 가슴 찡한 감동이 밀려오게 된다.

 

잘 짜여진 각본에 연기도 훌륭하다. 반지의 제왕에 잘생긴 왕으로만 기억되던 남주는 어느새 환갑이 다 되어서는 저런 역할을 하고 있다. 전에 찍은 영화인 폭력의 역사던가... 거기서는 대놓고 성기를 노출하는 장면을 보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었다. 역시 대단한 연기자다. 

 

흑인 배우는 큰 상도 받았다. 종교가 이슬람교라고 하는데, 개종하면서 이름도 바꾸었다고 한다. 개종한 뒤로 잘 나간다고 한다. 배역들을 보면 딱히 종교에 크게 얽매이는 것 같지는 않다. 

 

문득 영화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본다. 기본은 간단하다. 재밌어야 한다. 그리고 감동적이면 더 좋다. 이 영화는 이런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다. 그래서 잘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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